북한은 지난 1일 남북 비밀접촉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한데 이어, 9일에는 비밀접촉 시 대화내용을 추가로 공표하고 당시의 녹음기록을 공개할 수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이에 대해 남한정부는 북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녹음기록이 있다면 해보라는 식의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남한의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남북정상회담을 하자고 매달려온 쪽은 북한입니다. 그런 북한이 지난 5월 9일에 있었던 남북비밀접촉 사실을 일방적으로 폭로한데 이어 녹음공개 협박까지 하고 나온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를 망신시키고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정략적 의도와 함께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생긴 북한 군부 내 갈등 등 내부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한이 어떤 이유에서 협박을 하느냐가 아니라 이런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상호간에 신뢰가 전제돼야 합니다. 약속과 합의는 반드시 지켜진다는 믿음이 생명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남북대화가 시작된 1970년대 초 이후 40여 년 간 지켜온 비밀 접촉 정신을 북한당국은 이번에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말았습니다. 자신들도 비밀접촉이라고 밝혔으면서도 이를 폭로하고 심지어는 비밀리에 녹음까지 하고 또 그것을 공개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남북대화나 남북관계개선의 본질문제인 신뢰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이런 막무가내식 폭로는 북한이 원하는 대로 앞으로 남한 정권이 교체된다하더라도 차기 정권이 북한을 믿고 대화할 수 있는 상대로 인정하게끔 만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당국에 대한 불신을 떨어버리기 어렵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북한행동은 남북관계 개선에 암초 역할을 하리라고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비밀접촉 폭로와 녹취록 공개 협박은 국제사회에서 비판의 대상이 됨은 물론 북한당국을 기피의 대상으로 몰아넣는 계기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북한의 행위는 외교관례상 전무후무한 일로써 국제관행상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파렴치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얼마 전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해 남한의 현대 아산과 맺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함으로써 국제 상도의를 정면으로 위반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남한당국과의 비밀접촉사실을 멋대로 까밝혔습니다.
결국 이 같은 일련의 행태는 '북한 당국은 상종할 수 없는 나라', '믿고 대화할 수 없는 나라', '거래나 경제협력을 할 수 없는 나라'라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게 될 것입니다. 커트 켐벨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10일, 중국방문을 마치고 서울에 들려 '중국 당국자들은 북한이 남북비밀접촉 공개를 통해 남북대화를 붕괴시킨 것에 대해 놀란 것 같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생각은 어찌 중국뿐이겠습니까. 미국, 일본 등 세계 많은 나라들이 똑같은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당국은 폭로전을 통해 자살골을 넣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무덤 파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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