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북한의 북-미 대화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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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16일 미국에 북핵문제 등과 관련된 고위급 회담을 제의했으나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행동을 북한이 먼저 보이라고 요구함으로써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북한은 북-미 회담에서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문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문제, 미국이 내놓은 핵 없는 세계 건설문제 등 세가지 의제를 논의하자며 고위급회담을 제의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신뢰성있는 회담을 원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유엔결의안 등 국제의무 이행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남북대화를 거부한 북한이 며칠도 안돼 미국에 대화를 제의한 의도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북핵 불용’(北核 不容)이란 공감대를 형성한 남한, 미국, 중국, 3각 공조를 흔들기 위한 교란전술로 보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최룡해 북한 인민국 총정치국장을 만났을 때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한데 이어 이달 초 열린 미, 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에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제의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중국의 비위를 맞추려는데 첫 번째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북-미 대화가 열릴 경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기정사실화한 바탕 위에서 미국과의 핵군축 회담으로 끌고 가는 한편 남한을 따돌림으로써 미국과 이간질 시키려는 전략적 의도가 작용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북한의 계산은 큰 오산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측은 ‘북한의 경제구원자 이자 에너지 제공자로서 핵무기 개발을 강행하는 김정은을 굴복시키기 위해 어떤 지렛대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이례적으로 구체적 용어를 사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중국이 북한 붕괴로 조성될 위험보다 핵보유로 인한 한반도 불안정이 중국에 더 위협이 된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미국도 도발→ 대화 →보상획득이라는 북한의 전략전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더 이상 말려들지 않겠다는 태도를 굳히고 있어 북한의 회담제의에 거부감을 표시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남한의 박근혜 정부와 미국의 오바마 정부 간 한, 미 동맹이 어느 때보다 강화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생각하는 북-미 대화를 이용해 남한을 고립시키려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도 실현성이 전혀 없다고 하겠습니다.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이라고 주장했지만, 김정일은 생존 당시 1, 2차 핵실험을 주도했습니다. 또 3차 핵실험을 지시하고 헌법에 핵보유국이라고 명기한 장본인인 김정은이 비핵화 운운하는 것도 뻔뻔한 일입니다.

이제 북한은 달라진 대내외 상황을 바로 보고 대화라는 꼼수를 통해 상대방을 속이려는 술책을 버려야 합니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말로 만이 아닌 행동으로 먼저 보이고 진정성이 있는 대화의 테이블로 나와야 합니다. 회담을 위한 회담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