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중국 시진핑 주석 방한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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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7월 3일 남한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그동안 세 차례 남한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작년 3월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후 남한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중국 주석이 취임 후 북한보다 남한을 먼저 방문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시진핑의 이번 남한방문은 중국과 일본, 남한과 일본 간의 마찰과 북한과 일본 간 회담 등으로 요동치는 동북아정세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는 미국과 아시아 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한편 일본과는 센카쿠 열도를 두고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압박을 가함으로써 두 나라 관계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한은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고 북한을 향한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려는 다각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남한 입장에서는 북핵 포기를 위한 한-중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통일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데 중국 측의 협력을 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두 나라의 대일본 공조관계를 굳건히 하고 한-중 FTA 등 경제 분야 협력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마당에 북한의 김정은과 일본의 아베 총리는 시 주석의 남한방문을 몹시 불쾌한 심정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김정은은 올해 8월쯤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중국 측에 전달했으나 중국은 북한이 추가핵실험을 포기한다면 허용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는 북한의 모호한 태도로 인해 김정은은 집권 3년이 되도록 중국 방문을 못하고 있는 터에 남한과 중국 지도자들은 1년을 간격으로 서로 상대국을 방문함으로써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 앞에 북한의 고립감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중국은 올해 1월~4월까지 북한에 원유를 하나도 수출하지 않았으며 양국 간 무역액도 감소됐고 고위급 대표단 교류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중국 측으로부터 홀대를 받자 북한은 지난달 말 일본과 납치문제 재조사와 대북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스톡홀름 합의’를 전격적으로 이끌어 냈습니다. 북한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일본과 국교정상화를 실현시키고 그 과정에서 과거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관한 배상으로 대규모 경제지원을 얻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의 수에 관해 쌍방 간 입장차가 워낙 커 북-일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또한 북한은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는 남한 정부에 대해 연일 비난, 비방공세를 계속함으로써, 그들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문제로 계속 소원해지고 있는 중국의 자리에 일본을 대체시키려는 구상을 하는 듯 하지만 북, 일 관계 정상화까지는 난관이 너무 많아 그 실현성이 낮아 보입니다. 중국 지도부가 그동안 출범 직후 북한, 일본을 우선 방문했던 관례를 깨고 남한을 먼저 방문한데서, 북한과 일본 정부는 자기들의 국제적 입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