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故)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유럽 각국이 기념행사를 열어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습니다. 헝가리에서는 수도 부다페스트의 미국 대사관 앞 자유의 광장에 그의 동상을 세웠고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는 미 대사관 앞 거리를 '로널드 레이건 거리'로 개명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또 영국은 런던 그로브너 광장에 레이건 동상을 세웠고 폴란드는 지난 27일, 세인트 메리 바실리카 성당에서 레이건 감사 미사를 거행했습니다.
이 같은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는 그가 동서로 양분돼 있던 1980년대 말 당시 유럽의 냉전(冷戰)구도를 해체하고 동구권 민주화에 씨를 뿌렸기 때문입니다. 레이건은 대통령에 취임하자 당시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규정하고 재임 8년간 '힘을 통한 평화'라는 대소(對蘇)정책을 강력히 추구한 나머지 소련 공산정권을 붕괴시키고 동구 공산국가의 민주화를 성취시켰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이 소련에 대해서는 군사력 우위를 확보한 바탕위에서 치열한 군비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소련 경제를 피폐케 하여 피로감을 주었으며 동구 공산국가들을 향해서는 외부 정보를 부단히 유입시켜 국민의식을 일깨우는 심리전 활동을 병행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소련은 미국과의 승산 없는 군비경쟁 대신 군축협상 테이블을 택했고 생활고와 정치적 억압에 지친 소련 국민과 동구권 주민들 마음속에 개방, 개혁, 민주화의 열망을 불어넣어 준 것입니다.
이러한 레이건의 대소련 정책은 오늘 남한, 미국의 대북정책 추진에 적지 않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북한은 '권력은 총포에서 나온다'고 믿는 군사력을 절대 중요시 하는 집단입니다. 이같이 선군(先軍)을 신봉하는 자들에게는 상대방이 그들 이상의 군사력을 가질 때만이 그 기(氣)를 꺾고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법입니다.
남한은 현재 재래식 무기 면에서는 북한을 앞서고 있지만 핵, 미사일과 같은 비대칭전력 면에서는 열세에 놓여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경제력 면에서는 북한보다 40배 앞서가는 국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한이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북한과 장기적인 군비경쟁에 돌입할 경우, 북한 경제에 피로감을 줌은 물론, 소련처럼 체제해체 위기 상황까지 몰고 갈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오늘의 북한이 과거 동구 공산권처럼 폐쇄사회이기는 하지만 외부정부가 다방면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남한이 대북 심리전 활동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북한주민들의 의식변화를 유도할 경우 북한 민주화도 한 걸음 앞당겨질 것으로 보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이 1987년 6월 12일, 독일 베를린 장벽을 바라보며 행한 야외 연설에서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에게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당신이 평화를 원한다면, 번영을 원한다면, 이 문을 개방하시오. 이 장벽을 허물어 버리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24년이 경과한 오늘, 우리는 북한의 김정일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당신이 평화와 번영을 원한다면 폐쇄의 빗장을 풀고 휴전선 장벽을 허물어 버리라고 요구하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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