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국제고립 탈피하려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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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남북당국 간 대화에 호응하는 한편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물밑작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12일로 잡혔던 남북 당국회담이 수석대표의 격을 둘러싼 논란 끝에 무산되자 남측과 상종도 하지 않겠다며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개성공단 업체 대표들이 지난 3일 개성공단에서 설비를 빼내 다른 지역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하자 이에 당황한 북한은 지난 6일, 개성공단 문제에 관한 남북당국 실무회담에 호응해 왔습니다. 그동안 개성공단을 통해 연간 9,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북한으로서 공단 폐쇄가 가져올 경제적 이득상실을 우려해 남북회담에 호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북한은 6자회담 재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중국 및 러시아와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데 이어 지난 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티토프 차관을 만나 6자회담 재개문제를 협의했습니다. 북핵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했던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다시 움직인 것은 외교적 고립상태를 탈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5월부터 남한, 미국, 중국 등 3국은 각각 정상회담을 잇달아 개최하면서 북한 핵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또 지난달에 열린 세계 주요 8개국 정상회의와 지난 2일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 회의도 북한의 핵포기를 강력하게 촉구함으로써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특히 아세안지역안보포럼 회의는 26개 회원국이 한목소리로 북한을 압박하는 26대 1 구도로 진행돼 북한은 완전히 외톨이 신세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6자회담에 다시 나와 핵문제는 적당히 얼버무리면서 전통적인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복원시킴으로써, 각종 지원을 얻어내려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과거 국제적 고립이 깊어지면 남한, 미국 등을 향해 대화공세를 펴면서 고립에서 탈출하는 길을 모색하곤 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번 북한의 대화공세도 과거 행태를 반복하는 것으로 하등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남한이나 6자회담 관련국들도 이러한 북한의 협상전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이용만 당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이 진정 개성공단을 살리고 국제적 고립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일시적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태도변화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것은 비핵화를 위한 가시적 조치를 행동으로 취함으로써 미국 등 관련국들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또 개성공단 문제도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남측 기업인들에 대한 신변보장 약속을 단단히 해줘야 합니다.

북한이 이러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 자기들의 실속만을 챙기고자 한다면, 그 어떤 대화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불신만을 더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북한은 핵문제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