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이 최근 경제현장 현지지도를 하면서 세계적 추세를 강조하며 외국의 강점을 수용하여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 북한의 개방, 개혁 여부에 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최근 평양항공역(평양순안공항) 개건산업 현장과 평양 양말공장 등을 시찰하는 자리에서 세계적 추세에 맞게 공항을 건설하고 양말 같은 제품도 세계적 추세에 맞게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김정은은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관람하면서 민족고유의 훌륭한 것을 창조하는 것과 함께 다른 나라의 좋은 것은 대담하게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김정은의 지시를 놓고 국내외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마치 개방, 개혁을 모색하고 있는 것처럼 낙관적 분석을 내놓고 있으나 이는 성급한 판단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의 중국식 개방, 개혁문제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김정은이 지난 4월 가진 당중앙위원회 일꾼들과의 담화와 4.15태양절 100주년 열병식 연설내용 등을 종합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정책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담화, 연설내용은 크게 9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핵심은 유훈관철, 경제강국건설, 핵보유국가, 내각중심의 경제운영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 중 경제강국 건설과 관련하여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 지펴 올리기를 목표로 설정했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김정일의 유훈관철 범위 내에 국한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 김정은이 새로운 경제정책을 추진할 경우 김일성, 김정일의 주체사상과 자력갱생 원칙의 틀 안에서 하도록 못을 박아놓았습니다. 그리고 중국식 개혁, 개방은 체제붕괴를 초래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결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사망한 김정일의 절대 유훈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김정은 특별지시에 따라 올해 초 내각 산하에 경제관리 방식 개선을 위한 소조를 꾸리고 개혁, 개방의 제1단계 조치라 할 수 있는 농업개혁을 검토해 왔습니다. 그것은 중국식으로 토지를 완전히 개인에게 분배하는 형태는 아니고 현재의 대규모 협동농장체제를 소단위로 쪼개서 그 규모를 소형화함으로써,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높이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농업개혁을 단행할 경우 김일성, 김정일이 만들어 놓은 협동농장제와 주체농법의 근간이 흔들림은 물론 더 나아가 김일성, 김정일의 업적을 부인하는 결과를 초래케 된다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 내부에서 심각한 고민과 논란이 이어져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농업개혁으로 먹는 문제가 다소 해결될 경우, 김일성의 주체농법은 날아가게 되고 ‘고난의 행군’을 주도했던 김정일 정권의 행위 역시 비판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관에 처해 있다고 보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김정은이 떠들고 있는 세계적 추세라는 표현은 북한이 경제회복을 위해 다른 나라들과 과학기술 협력 등을 확대해야 한다는 수준의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핵보유국임을 헌법에 명시한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함으로써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한 김정은 의도대로 될지도 의문입니다. 따라서 유훈관철, 선군정치 등은 김정은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