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오락가락하는 북한의 대화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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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최근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당분간 실무회담에 호응하면서도 대남 비방을 멈추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을 하는 와중에 금강산관광 재개와 이산가족상봉 회담까지 하자고 제안했다가 하루만에 보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남한 정부가 이산가족 회담은 받아들이고 금강산 회담은 거부한 데 대한 반발로 보입니다. 이와관련 북한은 최근 자기들이 지난 11일, 남한 정부에 보낸 통지문 전부를 공개함으로써 남측을 압박하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통지문에서 북한은 상대방의 선의를 무시하면서 오만무례한 언동을 계속한다면 큰 화를 자초할 수 있으며 이명박 정권 때보다 더한 쓴맛을 보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회담을 하면서 남한 측을 비난하거나 협박을 하는 것은 상투적인 수법으로서 새삼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이번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아쉬운 것은 남한이 아니라 북한입니다. 그리고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문제 등 현안도 결자해지의 원칙에 따라 북한이 풀어야 합니다.

개성공단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공단 문을 일방적으로 닫아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개성공단을 통해 벌어들이던 연간 9,000만 달러의 수익을 잃게 되자 돈이 아쉬운 북한은 공단 재가동을 위한 회담에 임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제의한 것도 경제적 이익을 다시 챙기기 위한 목적 때문입니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1998년부터 북한군인에 의한 남한 관광객 총격 피살사건으로 관광이 중단된 2008년까지 남측 관광객 190여 만명이 다녀왔으며 이로 인해 북측은 거액의 현금을 벌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에다가 이산가족 상봉 회담을 슬며시 껴넣었다가 남측이 이산가족상봉 회담만 받아들이자 실속이 없다고 판단해 두 가지 회담을 모두 보류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등 다양한 대화 카드를 던진 것은 남한 정부의 대북제재인 5.24조치 해제는 물론 중국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하겠습니다. 북핵 불용 원칙하에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중국을 향해 남북대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의 비위를 맞추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의 일방적 희망사항 일뿐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았습니다. 북한이 진정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원한다면 다시는 정치적 목적으로 공단 문을 닫지 않겠다는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하며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도 남측 관광객 사살사건에 대해 진심이 담긴 사과와 재발방지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 방법만이 북한이 대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임을 알아야 합니다.

아울러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조건없이 하루속히 열어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해소해주는 것이 신뢰회복의 첩경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