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의 경제정책이 근본문제 해결을 외면한 채 지엽적이고 과시형 정책에 치중하고 있어 그 전망이 매우 불투명합니다. 북한 경제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개방, 개혁의 길로 나가야 하며, 국제적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이러한 근본문제의 해결을 무시하고 김정은 개인 취향에 맞는 전시성 사업에만 치중함으로써 경제정책이 파행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마식령 스키장 건설입니다. 스키 애호가인 김정은은 과거 유학했던 스위스 베른을 본떠 동해안 마식령에 슬로프 총연장이 110km나 되는 초대형 스키장을 건설 중에 있습니다. 올 겨울에 개장할 수 있도록 건설을 다그치라는 김정은 지시에 따라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한달 동안 전반적인 공사 속도를 2배로 높였고 모든 구간의 스키주로(슬로프)닦기를 끝냈다고 보도했지만 최근 내린 폭우로 절개지 붕괴 사고가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후 릉라인민유원지를 비롯해, 개선청년공원, 만경대 유희장, 로라스케트장 등 주로 유희놀이, 위락시설 건설에 치중해 왔습니다. 마식령 스키장도 그 일환인 것입니다. 특히 마식령 스키장 운영을 위해 인근에 호텔 및 공항건설과 도로망 정비 등을 계획하고 있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이 총 18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18억 달러는 북한이 외국으로부터 옥수수 500여만t을 구매해 북한 전체 주민들을 약 16개월간 먹일 수 있는 규모입니다.
그런데 이 많은 돈을 인민생활 경비에 투자하지 않고 전시성 사업인 스키장 건설에 쏟아 붓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키는 원래 고급 스포츠이기 때문에 장비, 시설 비용이 비싸 돈이 많은 사람들이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김정은 일가와 당 간부들이나 이용할 수 있지 일반 주민들에게는 사치스런 운동으로 이용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또한 북한 당국은 최근 양조장을 갖춘 야외 맥주집 ‘비어가르텐’을 열어 달라고 독일 맥주회사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고 독일 일간지 ‘빌트’는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북한 주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있는데 김정은이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맥주가 배를 채워주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최근 북한을 방문한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 회장인 허버트 레올 유럽의회 의원은 북측이 최신 시설이라고 소개한 공장에는 일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회의할 때는 전기가 4-5분씩 끊기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북한의 생필품 생산공장은 대부분 김정은의 현지지도 때만 가동되고 있고 공장에 있는 물품도 중국에서 들여와 상표만 바꾼 뒤 진열해둬 마치 이 공장에서 생산된 것처럼 꾸며 놓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약속은 이제 온데간데없고 북한주민의 생계와는 동떨어진 위락시설 건설이나 김정은 업적 과시용 사업에 치중할 경우, 북한경제의 앞날은 더욱 암담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헛발질을 하는 김정은식 경제정책을 재검토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