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과 2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있었던 남북한 외교당국자들간의 대면으로 인해 북한 핵문제에 세계의 이목이 다시 쏠리고 있습니다. 남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간의 비핵화 회담에 이어 남북한 외무장관간의 대면이 있었고 북한 핵협상을 총괄하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오는 28일 미국을 방문하게 됩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오랫동안 동결됐던 6자회담 및 경색된 남북관계에 조그마한 대화의 물꼬를 트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고 험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남한의 이명박 정부와는 절대 상종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북한당국이 갑작스럽게 남북 비핵화 회담에 나온 것은 남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식량 등 경제지원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북한은 김일성 출생 100주년인 내년에 강성대국이 열린다고 선전해왔지만 정작 주민들에게 보일 경제적 성과가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하여 외부로부터 식량원조의 물꼬를 트기위한 궁여지책으로 대화의 장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북한은 자기들의 핵개발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 미 대화가 선행돼야한다는 입장이었는데 미국이 북, 미 대화에 앞서 남북대화를 먼저 재개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북, 미 대화로 가기위한 징검다리로 남북비핵화 회담을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남한정부가 천안함,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는 문제는 6자회담이 아니라 남북대화에서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온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껄끄러운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비켜가는 우회로로 6자회담 남북수석대표간 회담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조만간 시작될 북, 미 대화결과입니다. 미국은 6자회담 전에 핵 활동 중지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단의 북한 복귀 등 비핵화 의지를 북한이 행동으로 보이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북한이 이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런지 의문입니다.
더 나아가 미, 북 대화에 이어 6자회담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북한이 진정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지를 우리는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동안 자신들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해 온 북한은 지난번 아랍권의 민주화 열풍을 보면서 체제유지의 수단으로써 핵무기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했을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핵보유를 전제로 한 북한당국은 6자회담 참가국의 핵 포기 압력에 대해서 시간을 끌면서 눈 가리기식의 일시적 비핵화 조치 등 미봉책을 취하면서 그 대가로 경제적, 외교적 보상을 최대한 받아내려 할 것입니다. 그 예로써 미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의 폐기를 요구할 경우, 북한은 동문서답 식으로 한반도 평화체제구축문제 토의를 주장하는 등 다양한 협상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다 남북대화가 열린다 하더라도 천안함, 연평도 사과문제 등 수많은 난제가 줄줄이 도사리고 있어 현 회담기류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한 마리의 제비가 왔다하여 반드시 봄이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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