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김정은의 잘못된 6‧25전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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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6‧ 25전쟁 정전 60주년인 지난 27일,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가졌습니다. 북한은 실패로 끝난 기습남침을 전승(戰勝)이라고 강변하며 지난 1996년부터 이 날을 국가적 명절로 지켜왔는데, 정전일에 열병식을 한 것은 1993년 이후 20년 만입니다. 이번 열병식에는 가슴에 방사능 표시를 달고 배낭을 멘 부대가 처음으로 등장해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간접적으로 과시했습니다.

북한이 외국의 축하사절까지 초청한 가운데 1만여 명의 군인이 동원된 열병식을 가진 것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과시하고 북한과 중국 간의 우의과시 등 국제적 고립 탈피에 목적이 있었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정전 기념일을 전승일이란 당치 않은 이름으로 행사를 치룬 것은 엄연한 역사왜곡입니다.

6‧ 25전쟁이 3년간에 걸쳐 쌍방 간에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현 휴전선에서 전투를 멈추고 정전협정을 체결한 것은 어느 쪽도 승리하지 못한 전쟁이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전쟁의 가해자며 침략자는 북한이며 남침전쟁을 막아낸 것은 한국군을 비롯한 유엔군 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6‧ 25전쟁을 미국과 남한의 침략을 저지하고 미국의 항복을 받아낸 승리한 전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가소로운 일입니다.

또한 북한은 현재 대규모 잔치를 할 형편도 아닙니다. 올여름 집중호우로 40여명이 희생되고 1만여 채의 가옥이 무너졌습니다. 북한주민은 끼니를 이어가기도 힘든 판에 전승절 행사비용으로 약 1억 5,000만 달러의 돈을 퍼부은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김정은이 인민생활 개선에 써야할 돈을 전시성 행사에 쏟아 부을 경우, 북한경제와 주민생활은 더 피폐해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은 6‧ 25전쟁시 지원국이었던 소련과 중국의 변화된 모습을 직시해야 합니다. 러시아는 이번 행사에 축하사절을 보내달라는 북한의 요청을 받고서도 거부했습니다. 중국은 권력서열 8위인 리위안차오 국가 부주석이 이끄는 축하사절을 평양에 보냈습니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리 부주석을 김정은 바로 옆에 세워 각별하게 예우했으나 그는 열병식전 김정은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했습니다. 전쟁으로 맺어진 북-중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북한의 핵무장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를 보낸 것입니다.

중국 관영 언론은 사설에서 과거 해왔던 것처럼 6‧ 25참전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러나 소수지만 6‧ 25전쟁 참전군인 사이에서는 공개적으로 참전을 후회한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텅쉰이 지난 27일 진행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도 약 33%가 6‧ 25전쟁에 중국이 참전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참전이 옳았다는 응답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중국 국민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변화된 현실을 외면하고 ‘혈맹’타령이나 하며 실패한 전쟁을 승리한 전쟁으로 둔갑시키는 일에 매달릴 때 그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김정은이 올바른 6‧ 25 전쟁관과 세계관을 가질 때 북한은 정상국가의 길에 들어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