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남한에서 제공한 영유아 식품 등 구호물자를 군사용으로 전용하고 장마당으로 빼돌린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대북 인도적 지원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습니다. 최근 자유아시아 방송 보도에 의하면 올 연초 전시동원태세를 발령했던 북한당국은 당시 지하갱도에서 열악한 생활을 하던 군인들이 심각한 영양실조 증세를 보이자 전시예비물자로 보관중이던 남한산 유아용 분유를 긴급공급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병사들을 구제하기 위해 공급된 분유가 이들에게 전달되기 전 군간부들에 의해 장마당에 유출돼 불티나게 팔렸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습니다. 분유는 남한의 남양유업에서 생산한 유아용 분유 4종으로서 남한 적십자사나 민간단체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으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남한의 박근혜 정부는 대북정책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시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의하면 북한의 도발과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 나가지만 남북 간에 신뢰가 쌓이고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국제사회의 지원을 포함한 대규모 대북경제협력을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남북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두고 어떠한 정치상황에도 구애받지 않고 대북 인도적 지원은 계속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남한정부는 개성공단 문제로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음에도 지난달 29일, 남한의 5개 민간단체가 제출한 어린이용 의약품과 영양식 등 총 14억 6,900만 원어치 대북 지원계획을 승인했습니다.
남한정부는 이에 앞서 유진벨 재단의 북한 결핵환자 치료를 위한 대북 의료지원 계획을 승인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영유아, 임산부, 노인 등 취약계층의 영양실조와 질병증세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서 세계보건기구 등이 인도적 지원 최우선 대상으로 삼아왔습니다. 그리하여 그동안 북한당국의 핵, 미사일 실험과 대남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남한과 국제기구의 지원활동은 계속돼온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당국은 이 구호품을 전시 예비물자로 보관하고 있다가 군인들에게 지급하는 등 군사목적으로 전용하는 반(反)인도적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영유아 식품이 병사들에게 지급되기 전 군간부들의 횡령으로 인해 장마당으로 유출된 것은 북한사회에서 부정부패의 고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도주의 정신이나 사회정의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군대 내의 기강과 규율마저 무너진 사실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는 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해야 합니다.
그동안 북한에 지원하는 쌀, 곡물 등에 관한 분배의 투명성 확보에만 주력해온 것을 이제는 인도적 지원 품목에 관한 모니터링도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합니다. 아울러 영유아 식품의 군사목적 전용사실이 널리 알려질 경우, 남한 및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도 축소되거나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북한당국은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