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시책들 가운데 북한현실에 맞지 않는 황당한 것들이 많아 그 성과가 불투명해 보입니다. 김정은은 작년 4월 집권 후,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인 이른바 ‘6.28조치’를 내놨습니다. ‘6.28조치’는 농업과 공업 등 각 분야에서 성과에 따라 생산물을 분배하도록 한 조치로서 일부 협동농장, 공장, 기업소 등에서 시범 실시 중에 있습니다. 농민, 노동자가 생산량의 일정 부분을 국가에 내면 나머지는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농촌에서 지난해 전국적으로 몇 개의 시범농장을 선정해 2, 3가구별로 땅을 나눠주고 농사를 짓게 하는 포전(圃田) 담당제를 실시해왔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지난해 8월, 우수공장 300여 개를 지정해 완전독립채산제를 도입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장의 완전독립채산제는 과거 국가의 지시 아래 이뤄지던 생산계획부터 물자 조달, 생산물 판매, 분배까지 전부 공장이 책임지는 방식으로서, 이번 실험에서 성과를 거두면 대폭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경영상의 자율권 부여로 인해 일부 농장과 기업소의 생산성이 다소 오른 곳도 있으나 자본 및 경영 능력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시장경제요소를 일부 도입한다고 해도 이를 시행할 주체들이 시장경제에 대한 훈련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같은 파격적 경제실험을 하면서 황당한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전개되는 사업들의 경제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김정은 지시에 따라 평양 능라 유원지 건설에 이어 미림 승마장 건설과 잔디밭 조성 그리고 고급음식점 개점 등에 주력해 왔습니다. 또 원산 근처에 마식령 스키장을 건설하기 위해 군인들까지 동원해 공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위 김정은식 ‘천리마운동’이라 불리는 스키장 건설을 위해 쏟아 붓는 돈과 노동력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승마나 스키는 여러 운동 가운데서도 돈이 가장 많이 드는 일명 귀족 스포츠입니다. 하루 세끼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승마나 스키가 아니라 식량입니다.
잔디밭 조성도 북한의 실정에 맞지 않는 사업입니다. 잔디를 키우는 하우스를 지을 능력이 있으면 거기에 채소를 심어 주민들이 먹도록 하는 것이 북한 실정에 더 맞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북한당국이 작성한 마식령 스키장 계획서입니다. 미국의 NK뉴스가 입수해 보도한 스키장 계획서에 의하면, 스키장이 완공될 경우, 하루 5,000명이 방문하고 매출액을 연간 6,250만 달러로 잡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1천 달러 정도로 최하위 후진국 상황인데 매일 주민 수천 명이 입장료 50달러를 내고 스키장을 이용하리라는 가정은 극히 비현실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 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놀이나 스포츠 시설 건설이 급한 게 아니라 도로, 철도, 전기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먼저 건설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경제의 기본원리조차 무시하고 비생산적 위락시설 건설에만 치중할 경우 경제회생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