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중국을 향해서는 경제지원을 애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남한에 대해서는 군사적 협박강도를 높이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그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3일부터 6일간 중국을 방문, 중국지도부 인사들과 면담을 갖고 경제지원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빈손으로 귀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후진타오 주석은 덕담만 늘어놓았고 원자바오 총리는 시장경제 원리를 힘주어 강조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원자바오 총리는 양국이 나진 선봉과 황금평, 위화도의 공동개발을 위한 다섯 가지 방침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훈계조로 얘기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은 보도했습니다. 그것은 첫째, 북한이 경협관련 법률을 개선할 것, 둘째 쌍방 지방정부간 협조를 강화할 것, 셋째 북한이 토지, 세금에 시장경제 원리를 적용할 것, 넷째 중국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것, 다섯째 세관, 품질관리 서비스를 개선할 것 등으로 이는 그동안 중국의 대북투자과정에서 발생한 뿌리 깊은 불신의 표출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두 나라가 경제협력방법을 놓고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다는데 그 원인이 있습니다. 장성택은 지난 2년간 황금평과 나선개발을 중국기업에 맡긴 결과 아무런 성과가 없으니 만큼 중국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달라는 식의 ‘정부 위주 개발방식’을 요청한데 비해 중국은 ‘기업 위주의 시장 원리’ 원칙을 고집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두 경제특구 개발방식에 관한 쌍방의 입장 차이가 그대로 남아있는데다 북한이 중국 측에 특별 요청한 대규모 차관, 식량지원 요청에 대해서도 중국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향후 양국 간 경제협력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한편 장성택이 중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18일, 김정은은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을 주도했던 북한군 무도 방어대를 시찰하고 이 부대에 ‘영웅방어대’ 칭호를 수여했습니다. 김정은은 이날 시찰에서 ‘적들이 감히 서툰 불질을 해대며 우리의 영토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떨군다면 그것을 서남전선의 국부전쟁으로 그치지 말고 조국통일을 위한 성전으로 이어가라.’고 지시했습니다. 김정은의 이번 무도 방문은 남쪽에서 실시한 한미연합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을 의식한 바탕에서 이영호 숙청 이후 위축된 북한군부의 사기를 높여주고 자신의 담대함과 군 장악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실세인 이 두 사람의 행보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냐에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중국의 비위를 맞추고 애걸하면 경제문제가 해결되리라는 기대 하에 중국에 추종하는 이른바 ‘종중(從中)정책’을 폈으나 그 결과는 빗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대남협박과 남한 따돌리기 식의 ‘봉남(封南)정책’을 취하게 되면 남한 정부가 손을 들고 나오리라는 생각을 하였겠지만, 이것 역시 커다란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북한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중국 못지않게 남한의 도움이 필수요건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