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카다피의 몰락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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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2년 동안 철권통치로 리비아를 지배해온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사실상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내전상태 속에서 수도 트리폴리를 공격하던 리비아 반(反)정부군이 나토 연합군과의 작전으로 지난 21일 트리폴리 시내 대부분을 장악한 다음 카다피 후계자인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을 비롯한 세 아들을 생포했습니다. 카다피가 결사항전을 연설했던 트리폴리 중심 녹색광장에는 시민들이 몰려나와 그의 사진을 불태우며 반군의 승리를 환호했습니다.

일부 카다피 지지세력이 트리폴리 시내에서 최후의 저항을 하고 있는 가운데 잠적한 카다피의 행방이 묘연하지만 42년 카다피 시대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중동의 민주화 열풍 '재스민 혁명'은 올해 초 튀니지의 벤알리 독재정권을 23년만에 몰락시킨 것을 시작으로 지난 2월에는 이집트의 30년 무바라크 독재정권을 무너뜨렸고 마침내는 카다피의 종말을 몰고 왔습니다. 그리고 이 반독재 민주화 열풍은 예멘, 바레인, 시리아로 번졌습니다. 특히 시리아의 경우 독재자 알아사드가 반정부 시위가 발생된 후 2,000명이 넘는 국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함으로써 시리아 국민은 물론 미국 등 국제사회의 공적(公敵)이 되고 말았습니다.

미국은 지난 18일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추가적인 경제제재 조치를 발표함으로써, 그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같은 아랍권의 민주화 혁명이 갖는 몇가지 특징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독재자들을 몰아낸 중요한 수단은 각종 정보통신 체계였다는 사실입니다. 시위대는 인터넷, 손전화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결집했을 뿐만 아니라 이 사실을 외부 세계에 알렸습니다.

둘째는 국제사회가 반(反)인륜, 반(反)독재를 묵인하지 않고 집단 제재를 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리비아의 경우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3월, '국민보호의무'를 결의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이를 근거로 리비아에 대한 무력개입을 한 것이 카다피 축출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입니다.

셋째는 어떤 독재자도 군대만으로는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는 강력한 그의 군대가 끝까지 자기 권좌를 지켜줄 것으로 믿었으나 민주화 시위가 확산되자 군부는 시민 편으로 돌아섰습니다. 카다피 역시 아들이 지휘하는 최정예부대인 카미스부대가 자기 권력을 지켜줄 것으로 확신했지만 그 부대원 대부분은 반군이 들어오자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역사적 흐름에서 북한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김정일 정권이 아무리 외부정보 유입을 차단한다 해도 그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유엔의 '국민보호의무'결의가 독재 종식의 좋은 선례를 남긴 상황에서 이제 그 정신은 북한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주민의 민주화 욕구가 폭발할 경우, 북한군대가 자기 부모 형제들을 향해 과연 총부리를 겨눌 것인가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