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이산가족 문제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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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은 다음 달 25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남북 각각 100명씩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남북 각각 40가족씩 10월 22일 화상상봉도 실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3년 만에 다시 성사된 것은 남북관계에서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을 거부해온 북한이 이번 추석상봉에 동의를 해온 의도가 무엇일까?

그것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을 개최함으로써 관광재개의 여건을 조성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핵무력과 경제건설 병진로선을 추구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최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에 이어 금강산 관광재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혈안이 돼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경우 북한으로서는 연간 2,000만 달러에 이르는 안정된 현금 수입을 올릴 수 있고 김정은의 역점사업인 원산, 마식령 관광특구 개발사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북한은 당초 금강산 관광을 위한 회담을 먼저 연 다음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을 갖자고 주장했으나 남한 측이 순서를 바꾸어 선(先)이산가족, 후(後)금강산 회담 입장을 고수하자 할 수 없이 이에 동의해, 금강산 관광회담은 10월 초에나 열릴 예정입니다. 이런 점에서 추석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에게 금강산 관광 재개의 길을 트기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그럼에도 남한 국민들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되고 근본적 해법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남한 측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12만 8,800명이고, 이 중 5만 6,000여명이 사망했으며, 남은 7만 2,000여명이 지금도 헤어진 가족을 만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한번에 100명씩 연간 한두 차례 상봉행사를 갖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남측 상봉 신청자 7만 2,000여명이 북한의 가족, 친척들을 만나는데 720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의 80%가 70대 이상 고령자 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 해법을 찾아야지 단발성 상징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합니다.

남북한은 지난 1970년대 초에 개최된 적십자 회담에서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관해 5개 항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생사, 주소 확인을 비롯해 방문과 상봉, 서신교환, 재결합, 기타 인도적 문제해결 등 다섯 가지 입니다. 이중 재결합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들에 관해서는 쌍방이 의지만 있으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안들입니다. 그럼에도 40여년이 경과한 지금까지 이것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북한 측이 인도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지난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는 이산가족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남한의 반공태세 철폐를 주장했으며 199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는 남측의 경제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이산가족문제를 다루어왔습니다.

따라서 북한정권이 이산가족문제를 정치적 논리가 아닌 순수 인도주의 입장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근본적 해결은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정권에 대해 인도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 고기를 구하는 연목구어(緣木求魚)식 발상임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