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유엔의 북한 인권상황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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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의 반(反)인도주의 범죄를 조사 중인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가 지난달 서울에서 북한인권 탄압에 관한 청문회를 가졌습니다. 이 위원회는 탈북자들과 북한인권 단체 관계자, 북한 납치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북한 인권탄압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들었습니다.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는 지난 3월 21일 개최된 유엔 인권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설치된 법적 구속력을 가진 유엔기구입니다.

이번에 남한을 방문한 조사단은 마이클 커비 북한 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마르주키 다루쓰만 위원과 소냐 비세르코 위원 등 세 사람이었습니다. 유엔이 북한 인권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남한에서 공개 청문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엔 총회는 지난 2003년부터 매년 북한인권 개선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유엔 총회는 전원합의 형식의 무투표 방식에 의해 북한 인권개선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같은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 의미에 그침으로써 실질적인 북한 인권개선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유엔 인권 이사회가 이러한 미비점을 극복하기 위해 창안한 것이 바로 북한 인권조사위원회 구성으로서, 이 위원회는 앞으로 북한의 각종 인권탄압 실태를 파악한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거쳐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게 됩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김정은을 반(反)인도적 범죄자로 판결을 내릴 경우 그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현재 오마르 하산 수단 대통령이 반(反)인도적 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마이클 커비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조사활동을 종결짓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사를 통해 “북한실상에 대해 신뢰할 만한 반복적인 증언들이 나왔고 모든 결론이 한 방향으로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청회에 참가한 증인들로부터 북한 인권탄압에 관한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았다.”며 “북한 내 여성 인신매매, 수용시설에서의 여성학대, 국제 해적행위 등 새로운 사실도 알았다.”고 밝혔습니다.

커비 위원장은 북한에 대해 인권조사단의 방북을 허용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는 우리에게 직접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쌓인 증언에 대해 북측이 대답을 안 하면 결과는 자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인권문제를 다시 들고 나와 소동을 벌이는 것은 대화 분위기가 비위에 거슬리거나 그것을 깨기 위한 것”이라며 유엔조사단 활동을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조사단이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을 ‘인간쓰레기’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이러한 북한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습니다. 청문회 증인들의 증언이 허위라면 믿을만한 국제기구가 직접 북한 현지에 들어가 사실 여부를 확인토록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해결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유엔조사단의 활동은 북한 인권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