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일본의 역사왜곡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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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도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간의 외교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을 대하는 북한의 태도에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억지를 부려온 일본정부는 심지어 위안부를 강제동원한 증거가 없다는 망언까지 함으로써 남한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남한정부는 일본의 망동을 규탄하면서 강력한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북한은 일본에 대해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비난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월 14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 대통령과 일본을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에 대해서는 “친일매국노의 정체를 가리고 위기를 모면 하기위한 서푼짜리 정치광대극에 불과하다”고 비난하는 한편 일본을 향해서는 “민족의 존엄과 직결되어있는 영토문제와 관련해서는 추호의 양보나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북한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과거 범죄를 부정하려는 일본 반동들의 도덕적 저열성을 또다시 드러낸 철면피한 망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08년 8월 이후 중단됐던 북한-일본 정부 간 회담이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회담은 쌍방 국장급이 참가하는 본회담의 의제 등을 사전 조율하기 위한 과장급 예비회담으로서 일본 측은 일본인 납북자문제 해결을 본회담 의제로 요구한 데 반해 북한 측은 제2차 대전 전후 북한지역에 묻혀있는 일본인 유골 반환문제 논의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진정으로 올바른 역사관과 투철한 민족의식을 갖고 있는 집단이라면 일본인 유골반환에 앞서 당면한 독도나 위안부 문제를 강력히 제기해 일본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했어야 옳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짤막한 논평 하나만 발표하고 막상 일본정부 대표들 앞에서는 말 한마디 못하고 회담을 끝낸 것은 참으로 비굴한 저자세 협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은 해방 후 건국과정에서 북한지역에서는 일제치하의 친일행위를 말끔히 청산한 김일성 정권이 수립되었으나 남한지역에서는 이승만 친일파 정권이 들어섰다며 남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지역에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은 일제 위안부 할머니들이 아직도 생존해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이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관해 비켜간 것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북한으로서는 북-일 회담의 불씨를 살려 일제통치에 대한 보상금조로 약 100억 달러를 받아내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 같은 것으로 인해 회담 진행에 장애가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입니다.

그 결과 북한이 일본을 향해 할 말은 못하면서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남한정부에 대해 욕설을 퍼붓는 행위야말로 참으로 철면피한 작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