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은 우리 민족의 최대명절인 추석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추석을 전후하여 남북이산가족들이 금강산 호텔에서 상봉하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이산가족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남북은 지난 2000년부터 2010년 11월까지 18차례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실시하였으며, 2005년부터는 이산가족의 고령화로 인한 문제해결의 시급성을 감안하여 새로이 화상상봉을 도입하여 7차례 시행했습니다. 이에 따라 2000년 이후 2010년까지 총 4,321가족 2만 1,734명이 상봉기회를 가졌습니다.
남한의 경우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이 12만여 명으로 그 중 4만 명은 상봉을 학수고대하다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나머지 8만8천여 명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 중 80%는 고령자입니다. 이들도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올 추석을 전후해서 이산가족 상봉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당국의 태도변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남한 정부는 지난 8월, 대북 수해지원을 위해 초코파이, 라면 등 50억 원어치의 식품류를 북한에 보내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 어린이를 위한 인도지원과 자연재해를 위한 인도지원은 계속하겠다는 숭고한 인도주의 정신의 발로였습니다.
아울러 지난 8월,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조난당한 북한주민 7명을 구조하여 즉각 북한으로 돌려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북한당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기본 예의입니다. 얼마 전 북한은 미국과 재미동포의 이산가족 상봉 원칙에 합의한 후 실태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이산가족 간 서신교환에 합의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외면하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는 부당한 처사입니다.
특히 북한은 최근 들어 러시아 천연가스관의 북한통과 사업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은 가스관 통과국으로 앉아서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통과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러시아-북한-남한을 연결하는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남북 간에 신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북한이 어느 날 갑자기 가스관을 끊어버릴 경우 남한으로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임으로 그런 사태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상호간에 신뢰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북한이 신뢰감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핵문제 해결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가장 기초적인 것이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사업이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금강산 이산가족상봉 행사는 남북한이 그동안 10년간 실시해온 일이기 때문에 준비과정에도 별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 혈육을 단 한번만이라도 만나보고 싶어 하는 고령이산가족들의 애끓는 심정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남북한 당국은 지금이라도 추석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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