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정은 부부의 파격적 행보는 북한의 개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북한주민들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어 개방, 개혁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올해 들어 세계적 추세를 강조하고 미국의 영화, 음악 등 서구문물을 동경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최근에는 평양의 한 상점에 영어로 ‘네스카페’라고 새겨진 커피와 미국의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코카콜라 그리고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 갖가지 열대과일 등이 진열된 모습이 보도됐습니다.
또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북한 지도자의 부인으로는 처음으로 바지나 짧은 스커트를 입고 공개 활동에 나섬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개방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습니다. 이와 아울러 북한의 ‘6.28’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개방, 개혁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북한사회의 상층구조라는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일 뿐 사회의 하층구조는 정반대의 모습을 띠고 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보도에 의하면 청진에 사는 50대의 김 모 여인은 최근 평양 방문 소감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김 여인은 지난 7월 중순, 청진에서 열차를 타고 평양을 가는데 여행증명서 떼는데 뇌물로 100달러가 들었고, 열차표는 국정가격의 10배인 1만원을 주고 구했다고 합니다. 청진을 떠난 기차는 정전으로 인해 김책역도 못가 벌판에 멈춰 40시간을 기다리다 다시 출발했으나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바람에 평양까지(781km) 꼬박 5박 6일이 걸렸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평양과 인접한 간리부터는 10분마다 검열이 이루어져 녹초가 됐다고 전했습니다. 또 평양에서는 치솟는 물가로 살기가 어려워 가정집 베란다에서 돼지를 키우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제럴드 그린’ 미국 민간단체 대표는 북한당국이 허락한 장소와 사람만 만날 수 있었을 뿐 자유로운 주민 접촉은 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개방, 개혁으로 가기 위해서는 대내적으로 주민들에게 통행, 통신의 자유를 허용해야하고 대외적으로는 핵개발 포기를 통해 외국의 지원을 획득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외국여행이 아닌 국내여행에 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평양 입경에 검열이 필요하며, 외국인과의 자유로운 접촉마저 금지되어 있는 통제된 상황에서 과연 개방, 개혁이 어떻게 이루어지겠습니까.
북한의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자유로운 인적왕래와 정보교환을 통해 외국의 선진 기술, 지식, 자본을 도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손전화, 인터넷 사용 제한을 철폐하고 북한주민의 국내외 여행 제한 등을 없애야 합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 출범 후에도 이러한 통제와 감시는 그대로 유지, 강화되는 것을 볼 때, 경제회생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단농장규모 축소를 통한 농산물 처리방식 개선과 국영기업과 상점의 수익 중 30%만 정부가 가져가고 나머지 70%는 자유 처분케 하려는 경제개혁구상도 어느 정도 근로자의 의욕고취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 처방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김정은이 진정 경제회생과 체제안정을 도모하려면 개방, 개혁의 무늬만 보일 것이 아니라 본질을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