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금강산관광특구 사업 재개를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으나 그 전망은 매우 불투명해 보입니다. 북한은 몇 달 전 중국인 관광객을 모집하여 평양이나 나선시를 통해 육로로 금강산을 관광시키거나 중국 상하이에서 직항편을 이용한 금강산 관광 프로그램을 시범 추진해왔습니다. 그러나 중국인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고 성과도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난달 30일 금강산 시범 국제관광단이 만경봉호를 타고 나선을 출발해 4박 5일의 관광을 마쳤고 미국 여행사가 내년도를 목표로 금강산관광 상품을 출시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외자유치 창구인 조선대풍국제투자 그룹 박철수 총재는 최근 남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강산 특구 개발계획에 대해 북한 당국이 전력 등 기반시설을 건설하고 이 지역을 북한의 다른 지역과 철저히 격리한 뒤 외국인 출입을 완전히 자유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골프장 7~8곳을 짓고 카지노와 경마장 등을 세우며 접근이 쉽도록 인근 군 공항도 민간 공항으로 개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자금조달능력이나 국제신용도 등을 감안할 때 그야말로 장밋빛 일색의 개발 청사진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남한정부는 금강산 재산권과 관련한 외교조치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남한기업이 10년 넘게 금강산지구에 투자한 자산을 하루아침에 몰수했고 금강산에 체류 중이던 남측 인원 14명 전원을 모두 철수시켰습니다. 남한 정부는 이러한 북한당국의 행동이 남북한 간의 협정 위반임은 물론 남측 재산권에 관한 침해행위로 규정하고 국제적 제재를 가한다는 입장입니다. 그 일환으로 금강산지구에 관광하거나 투자할 개연성이 있는 중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을 대상으로 관광 및 투자자제 등 외교적 협조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북측이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키면 국제기구에 현대아산 등을 통한 제소나 중재신청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북한당국이 금강산 개발을 진정으로 성공시키고자 한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우선 3년 전 북한 군인이 남한 관광객 박왕자씨에 총격을 가해 사망케 한 사건과 관련, 남측에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조치를 취하여야 합니다. 무고한 관광객이 억울하게 생명을 잃은 것을 본 남한주민들은 북한당국의 야만적 행동에 대해 아직도 분노를 새기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없이는 금강산관광 길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 남한사회의 지배적 분위기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북한당국은 남한이나 외국과 체결한 계약은 반드시 존중한다는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남한 정부와 현대아산이 금강산 지구에 투자한 시설 등은 분명히 쌍방간 계약에 의거한 합법적이고 정당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재산을 몰수한 것은 분명한 강탈행위입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당국은 금강산관광 사업에 대해 남한 및 국제사회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파악하는 일이 문제해결의 관건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