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12일, 남한정부의 대북 수해지원 제의를 거부했습니다. 남한정부는 북한의 수해복구를 돕기 위해 밀가루 1만 톤과 라면 300만 개, 의약품 및 기타 물품 등을 지원하겠다고 제의했으나, 북한당국은 그런 지원은 필요하지 않다며 거부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보잘 것 없는 물자를 내들고 우리를 또다시 심하게 모독했다.’며 남한 정부를 격렬히 비난했습니다. 남한의 일부 민간단체와 캐나다 등 일부국가와 국제 적십자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 북한당국이 왜 남한당국의 지원만은 거부했을까.
그것은 과거 예로 볼 때, 북한이 이번에도 남한정부로부터 쌀, 시멘트, 중장비 지원을 기대했는데, 그것이 아닌 다른 품목인데다 수량도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거기에다 남한정부가 제시한 수해물자 접수를 계기로 남북대화가 재개될 경우, 이명박 정부와는 절대 상종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자기들의 명분과 입지가 퇴색되는 것을 우려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수해지원을 거부함으로써,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관한 북한의 사과조치가 없는 한 대북경제지원은 어렵다는 남한 정부와 이에 반대하며 대규모 경제지원을 주장하는 야당 등 친북세력간에 갈등이 조성되는 상황을 만들려고 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남남갈등’을 야기시킴으로써 오는 12월의 남한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등 친북세력의 집권을 도우려는 정치적 의도가 작용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수해지원 거부행위는 남한 및 국제사회에서 또 다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첫째로 북한당국은 재난시 긴급구호와 평상시 경제지원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남한정부의 수해지원 제의는 집중호우와 태풍 등 자연재난으로 인해 발생된 피해를 복구하고 이재민을 돕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긴급구호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아울러 외부의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해서는 지원 품목이나 수량에 관계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사를 표시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입니다. 그럼에도 북한당국은 긴급구호 대신 경제지원을 요구하고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둘째로 북한당국의 남측 수해지원 거부는 김정은의 통치행위에 불신을 초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인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의 식량난은 계속 악화 일로에 있고 이번 수해로 인해 23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한 정부로부터 밀가루 1만 톤과 컵라면 300만개, 그리고 다량의 약품 등 남한 돈 100억 원어치의 물품을 받아들였다면 이재민 긴급구호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남한정부는 이것 외에 추가적 지원까지도 검토하고 있었던 만큼 북한당국의 태도여하에 따라서는 그들이 기대하는 다른 품목의 지원 가능성도 없지 않았는데도 북한당국은 이 기회를 스스로 박차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던 김정은의 약속은 거짓말이 되었고 김정은 정권의 신뢰상실은 장차 북한체제 불안으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