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한을 변화시키는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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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대중문화인 한류가 북한에 계속 유입되면서 주민 의식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 9명이 목선을 타고 북한을 탈출, 지난 13일 일본에 표류해 현재 남한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탈북자 가운데 한 남성은 북한을 탈출한 이유에 대해 남한의 TV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남한에서의 삶을 동경했다며 남한의 거리와 시민의 생활을 알 수 있는 영상을 보고 남한 행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동안 남한영화 「친구」, 「조폭마누라」, 「투캅스」같은 영상물과 「천국의 계단」등 각종 TV 드라마 그리고 남한 말 따라하기, 헤어스타일, 패션 등 남한의 대중문화가 북한에 많이 유입되었습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영화, 드라마를 즐겨 보고 남한주민들의 생활태도를 모방하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 일부 지역에서는 남한의 TV, 라디오 방송을 직접 시청할 뿐만 아니라 드라마를 CD로 복사해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남한사회 문화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관심과 인식이 확산되자 북한당국은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2000년대 들어 밀려드는 외부 정보로부터 주민들을 차단하기 위한 단속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불법 라디오가 대거 몰수되고 한 해 30만 ~ 40만개의 DVD가 압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포시의 한 주민은 DVD타이틀을 2000개 넘게 복제한 이유로 처형당하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이 지난 1년간「남조선풍」등 이른바 비(非)사회주의 현상을 엄중히 단속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관련기관에서는 남한 드라마, 영화 시청에 대한 고강도 단속을 실시했습니다.

이로 인해 고위간부 숙청을 포함해 송환된 탈북자들을 상대로 작년 한 해 공개처형이 2009년에 비해 3배나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물질, 돈, 자기 취향에 맞는 문화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기본 속성으로서, 그 어떤 것으로서도 막을 수 없는 법입니다. 더욱이 최근 북한주민의 의식수준을 보면 자본주의를 점차 체득해 가면서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자긍심과 김정일 부자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있고 남한사회 문화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또 중국을 보면서 개방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고 돈, 물질 우선의 가치의식이 형성되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북한주민의 의식변화가 궁극적으로는 북한체제 변화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입니다.

「알게 되면 바뀐다」라는 어느 탈북자의 말처럼 북한주민들이 남한의 발전상과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 실상을 파악하게 된다면 체제변화를 이끄는 주동력으로 기능할 것입니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북한당국이 아무리 외부정보, 문물을 차단한다 할지라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수십 개도 아니고 수십만 개의 DVD가 이미 나도는데 세상 어느 정권이 그 유입의 파도를 막을 수 있겠는지 의심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