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문인 단체인 국제펜(PEN)클럽에 탈북 문인들이 만든 ‘망명 북한 펜센터’가 가입되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국제펜클럽은 지난 1921년에 설립된 세계 최대의 문인단체로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회원으로 가입돼있는 영향력 있는 국제조직입니다. 또 ‘망명 북한 펜센터’는 북한에서 문인으로 있다가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 문인 20여 명이 올 초에 결성한 단체로, 지난 9월 14일, 경주에서 열린 제78차 국제펜대회 총회에 회원 가입신청을 냈는데 참가국 전원의 찬성으로 가입안이 통과됐습니다.
이로써 국제펜클럽 회원은 114개국, 143개 센터에서 144개 센터로 늘어났으나, 북한은 지금까지 여기에 가입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국제펜클럽에는 중국, 쿠바, 베트남, 이란, 티베트의 망명 작가들이 만든 펜센터가 회원으로 가입돼있어 이들의 활동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탈북 문인들이 국제펜클럽 가입을 계기로 북한의 실상을 직접 국제펜클럽 투옥작가위원회와 인권위원회에 보고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문인들의 공동대처로 북한 인권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제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게 됐습니다.
글의 힘은 총보다 강한 것입니다. 소련 작가 솔제니친은 1970년 노벨문학상을 받고 4년 뒤 소련 내 강제수용소를 고발한 ‘수용소군도’라는 책을 써내, 스탈린 독재정권의 인권탄압상을 전 세계에 고발했습니다. 소련에서 추방당한 그는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다가 소련이 무너진 후인 1994년에 고향 땅을 밟았습니다. 중국 작가 까오싱젠(高行健)은 텐안먼(天安門) 사태 때 프랑스로 망명했다가 2000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나이지리아 작가 소잉카는 나이지리아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투옥과 망명을 반복하다 1986년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처음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과거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소잉카는 이번 경주 국제펜대회 총회에 참가하여 탈북 시인 장진성 씨와 대담을 갖는 등 북한인권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최근 아프리카 말리의 종교분쟁을 언급하면서 ‘말리가 종교적 이념에 의한 일종의 노예국가라면 북한은 정치적 이념에 의한 노예국가다. 나의 조국 나이지리아 역시 노예국가였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이 항거하면서 결국은 독재정권이 무너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문인들의 글은 보이지 않는 힘이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임으로써, 독재정권을 붕괴시키고 베를린 장벽도 무너뜨렸습니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독재국가로 언론, 출판, 표현, 결사의 자유가 전혀 없는 나라입니다. 북한은 문학을 체제결속과 김일성 ‧ 김정일 ‧ 김정은 통치자 우상화의 도구로 삼고 있기 때문에 작가들이 마음대로 자유롭게 글을 쓸 수도 없는 사회입니다.
무엇보다도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이 말해주듯이 인권이 탄압받고 말살된 나라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망명 북한 펜센터’가 앞으로 해외 작가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연대해 나간다면 북한의 민주화를 한층 앞당기는데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망명 북한작가 가운데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