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10•4선언’에 관한 북한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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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0·4남북공동선언 5주년인 지난 4일, 각종 매체를 동원해 이 선언의 의미와 가치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습니다. 노동신문은 사설에서 ‘6·15공동선언과 그 실천강령격인 10·4선언에 기초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나라의 통일을 이룩하려는 우리 당과 공화국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고 밝힘으로써, 김정은 정권이 향후 10·4선언을 대남정책의 기준으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와 때를 같이해 남한의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 간에 10·4선언 이행문제 등 대북정책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이로써 10·4선언 문제는 남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는 물론 내년도 남북관계에서 주요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입니다. 그러면 북한이 왜 현시점에서 10·4선언 이행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가.

첫째는 북한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10·4선언 이행을 통한 남측으로부터의 경제지원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7년 10월 4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은 북한의 개성, 신의주 철도와 개성, 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및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시설입니다. 이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남한 돈으로 약 14조원에서 5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외자조달에 혈안이 돼 있는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 이 같은 경제지원이 남측으로부터 올 때 북한경제 건설은 물론 이를 통해 자기 체제안정에 큰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둘째는 10·4선언 이행을 통해 서해북방한계선(NLL)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10·4선언에는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설정, 해주경제특구 건설 등이 포함돼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10·4선언에 명기된 공동어로와 평화구역 설정 문제는 북방한계선 자체의 불법성, 무법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10·4선언을 강조한 것은 남한의 대규모 경제지원 획득과 북방한계선 무력화라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핵무기 개발 포기는 물론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 등 선행조치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올 남한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던 미국 등 관련국은 물론 유엔이 핵보유국임을 이미 선포한 북한에 대해 남한정부가 무조건 대규모 경제지원을 하는 것을 방치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또한 세계경제 침체로 인해 내년도 남한 경제사정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5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북한에 퍼붓는데 대해 납세자인 남한 국민들이 동의할지도 의문입니다.

특히 북한이 천안함, 연평도 사건 등에 관한 사과 한마디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북방한계선을 무력화시키고 그들 군함이 서해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 사태를 그대로 보고 있을 남한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10·4선언이 채택된 2007년과 내년인 2013년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북한당국과 남한 대선후보들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