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한군 기강해이와 김정은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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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에 들어와 3명의 북한군인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에 귀순했습니다. 특히 지난 6일에는 북한의 17세 소년병이 소대장과 분대장을 사살하고 남쪽으로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휴전선 전방에 출신성분이 좋고 충성심이 강한 병사들을 엄선, 배치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식량난으로 인해 말단 병사에 대한 대우가 악화된 것에 근본원인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난 2일 강원도 고성군 철책선을 넘어 남쪽으로 귀순한 북한병사는 음식물을 훔치다 상관에게 적발돼 싸운 뒤 처벌이 두려워 탈영했다고 밝혔습니다. 군부대에 대한 식량공급이 충분치 않은 관계로 배가 고픈 군인들이 주변의 농장, 농촌 마을에 들어가 먹을 것을 훔쳐가는 일은 다반사였습니다. 황해남도 옹진군의 경우, 농촌마을에서 발생하는 절도 피해의 30~40%는 군대에 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식량부족으로 인해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들이 심한 사상교육, 훈련 등으로 불만이 축적돼 온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군의 중간 간부들마저 음주와 사병구타, 군수물자 착복과 유용 등 부정행위를 저질러 군의 부패가 만연된 것도 기강해이의 한 원인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지난 7일, 국가안전보위부를 찾아 '불순 적대분자들은 단호하고 무자비하게 짓뭉개 버려야 한다. 원수들의 사상문화적 침투와 심리모략책동을 짓부숴버리기 위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질타했습니다. 이와 때를 같이해 북한군 현영철 총참모장이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는 북한군 귀순과 관련된 문책인사의 성격이 강해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노에 찬 김정은의 조치로 북한군 내부의 불만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군 탈출을 막기 위해서는 군부대에 대한 충분한 식량보급과 군 내부의 비리척결 등을 통해 병사들의 사기진작이 필요한데 그와 같은 근본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대에 대한 통제나 사상교육 강화만으로 군을 결속시키고 장악할 수 있다는 기존 관념에서 김정은이 벗어나지 못하는 한 북한군의 귀순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어떤 독재자도 물리적 힘만으로는 군인이나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김정은은 깨달아야 합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강력한 그의 군대가 끝까지 자기 권좌를 지켜줄 것으로 믿었으나 주민들의 민주화 시위가 확산되자 군부는 시민 편으로 돌아섰습니다. 리비아 전 국가원수 카다피 역시 아들이 지휘하는 최정예부대인 카미스 부대가 자기 권력을 끝까지 지켜줄 것으로 확신했지만 그 부대원 대부분은 반군이 들어오자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에서 북한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김정은이 아무리 강력한 지시를 내리고 문책 등 공포정치를 편다 하더라도 배가 고파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내팽개치고 먹을 곳을 찾아 떠나는 병사의 마음을 잡지는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