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카다피 사망이 북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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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리비아 전 국가원수가 지난 20일, 그의 고향이자 최후의 거점이었던 시르테에서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1969년 9월 쿠데타로 집권한 후 42년 동안 이어져 온 카다피의 철권통치 시대가 비참하게 막을 내린 것입니다. 카다피의 사망으로 이제 지구상에 남은 독재자는 시리아의 아사드, 예멘의 살레 그리고 북한의 김정일 등 세 사람으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중 시리아와 예멘에서는 카다피의 최후가 반정부군의 시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날 시리아에서는 보안군의 유혈진압으로 24명이 숨진 가운데서도 '바샤르 다음은 너의 차례다', '우리의 자유를 위해 영혼과 피를 희생한다.'라는 시위대의 외침이 계속되었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시리아에서는 지난 3월 중순부터 계속되어 온 반정부 시위과정에서 보안군의 발포로 3,000여 명이 희생되었습니다. 또한 이날 예멘에서도 시위대의 '카다피는 끝났다. 다음은 학살자 살레, 너의 차례다.'라는 부르짖음이 이어졌습니다. 이로 볼 때 두 독재자의 수명도 오래 지탱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아랍권의 민주화 혁명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망한다는 역사의 진리가 다시한번 현실로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작년 12월 튀니지의 독재자 벤알리를 시작으로 이집트의 무바라크에 이어 리비아의 카다피에 이르기까지 3개 독재정권이 잇달아 무너진 배경에는 세계를 휩쓸고 있는 민주화의 바람 때문입니다. 국민을 박해하고 자신의 부귀영화에만 급급한 독재자를 몰아내고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요, 진보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독재자들을 몰아낸 중요수단은 각종 정보통신 체계였다는 사실입니다. 반정부시위대는 인터넷, 손전화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결집했을 뿐만 아니라 이 사실을 외부세계에도 알려 국제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셋째는 국제사회가 반(反)인륜, 반(反)독재를 묵인하지 않고 집단제재를 가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리비아의 경우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3월, '국민보호의무'를 결의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이를 근거로 리비아에 대한 무력개입을 한 것이 카다피 축출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서 북한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2대에 걸쳐 60년 이상 독재를 자행하면서 3대 세습의 레일을 깔고 있는 김정일 정권이라 하여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민주화, 자유화, 인권존중의 태풍을 영원히 피해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또 김정일 정권이 아무리 외부 정보유입을 차단한다 해도 그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유엔의 '국민보호의무' 결의가 독재종식의 좋은 선례를 남긴 상황에서 이제 그 정신은 북한에도 적용될 소지가 많아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일이 독재자 친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역사의 필연인 독재 청산의 세계사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중동에 비해 시간의 차이가 존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