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외자유치가 망국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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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이 경제개혁에 필수요소인 외국자본 유치를 반대하고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기사를 내보냄으로써,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21일, ‘자력갱생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은 주체의 사회주의를 견결히 고수하기 위한 근본담보’라며 ‘자력갱생만이 강성번영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어떤 나라들은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거나 원조에 기대를 걸기도 하지만 이것은 진정한 번영의 길이 아니다’며 ‘경제적 예속은 정치적 예속으로 이어지고 외세의존은 곧 망국의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김정은 체제출범 후 외자유치를 포함한 경제개혁 시도와는 정 반대의 모습으로 경제개혁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 후진국들의 경제발전 과정을 볼 때 내부적으로 자본과 기술이 부족할 경우, 외국자본 유치를 통해 경제를 건설하는 것은 기본상식이며 필수요건입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남한입니다. 남한은 6·25전쟁의 폐허위에서 노동력을 독일과 중동 등 외국에 수출하여 달러를 벌어들이는 한편 국제금융기구와 선진국들로부터 차관을 도입하여 공장을 건설하고 거기서 생산된 제품을 외국에 수출함으로써 경제건설에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 50여년이 경과한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김정은 체제도 출범 후 지난 6월, 6·28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마련하고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 8월, 중국을 방문해 나진, 선봉지구와 황금평, 위화도 경제지대에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김정은은 경제개혁과 관련해 ‘실패해도 괜찮다. 인민으로부터 불만이 나오면 정책을 변경하면 된다’고 유연한 자세까지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한 지난 13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에서 중 ‧ 조 경제무역문화관광 박람회가 열렸고 박람회에 나온 북한 기업들은 투자유치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자본 유치를 거부할 경우, 이미 중국과 북한 간에 진행돼온 협력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이 경제정책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외자유치에 따른 외부세계 정보 유입이 체제불안을 초래하리라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은 대외적으로 개방을 거부하고 폐쇄정책을 계속 유지하는 대신 내부적으로는 6·28 경제관리 개선조치 등을 통한 경제건설을 모색하는 ‘제한된 개방, 개혁’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과거 김정일 정권 때 이미 실시했다가 실패한 정책으로써,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입니다. 특히 북한은 외자유치를 경제적 예속으로 규정하고 그것이 정치적 예속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는데, 이같은 논리는 변화된 국제경제 환경이나 질서를 너무나 모르는 무지(無知)의 소치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외자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더라도 경제회생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외자유치 자체를 포기하겠다니 북한체제의 앞날이 암울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