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책연구기관인『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가 최근 특별보고서를 통해 북한 붕괴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혀 내외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 연구소는 오는 2012년부터 2020년 사이에 일어날 김정일의 권력이양이 북한 붕괴를 촉진할 것이라며 김정일 퇴진 후 방향성을 상실한 권부 실세들이 해외에 연줄이 있는 관료집단과 그렇지 못한 군·보안부서 인사들로 쪼개져 주도권 다툼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권력투쟁 결과 사회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2020년대가 되면 국제사회의 감시하에 북한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북한군의 무장해제와 경제 현대화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나, 결국 남한에 흡수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내 구(舊)체제 지지자 100여만 명은 중국, 러시아로 탈출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동안 북한 붕괴 예상 시나리오는 많았으나 대부분 남한이나 서방측 시각에서 바라본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IMEMO 보고서는 한때 북한의 후견국으로 북한사정을 꿰고 있던 러시아의 권위 있는 국책연구소가 낸 전망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의 주목되는 대목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남한 주도 통일이 경제적 측면에서 러시아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부분입니다. 사실 그동안 한반도 주변 4대 강국들은 한반도 통일이 자기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인식하에 통일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호해 왔습니다. 그러나 통일한국의 경제력이 세계 8위권에 이르고 이러한 통일한국을 협력 파트너로 삼을 경우, 자기 나라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객관적 사실을 러시아는 깨달은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중국에도 해당될 것입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대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으로서 바로 이웃에 모범적 경제 성장국인 통일한국이 탄생될 경우 그들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면 주었지, 손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북한 정권을 무조건 비호해 온 중국이 이제는 이념을 떠나 국가적 실리를 중시하는 실용노선으로 대북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IMEMO 보고서가 주목을 끄는 두 번째 이유는 북한의 붕괴를 기정사실화하고 남한 주도의 통일을 예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남한이나 국제사회의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붕괴요인으로 북한주민의 의식변화, 시장 세력의 확산, 핵무기 보유로 인한 국제적 고립 및 경제파탄, 그리고 김정일 사망 후 김정은 후계체계의 불안 등을 지적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승작용을 할 경우 북한 내 권력투쟁과 급변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IMEMO 보고서 역시 상세한 붕괴촉진요인은 밝히지 않았으나 권력투쟁과 급변사태를 예측함으로써 북한의 미래를 보는 시각이 서방측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시켜준 것입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남한은 물론 한반도 주변국들은 다가오는 북한체제 붕괴에 대비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독일통일에서 보듯이 통일은 예기치 않은 시점에 갑자기 다가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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