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남북정상회담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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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언급한 것에 대해 북한이 극렬히 비난하고 있어,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돼 가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프랑스 신문 르피가로와의 회견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북한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단순히 회담을 위한 회담이라든가 일시적인 이벤트성 회담은 지양하고자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 후 박 대통령은 영국 BBC와의 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다시 언급하면서 북한의 이산가족상봉 약속 파기 등을 들어 김정은은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지난 6일, “남측이 필요한 때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고 하면서 우리에 대한 험담을 쏟아내는 것은 정상회담을 하려는 자세가 아니며 자기의 도덕적 저열성과 상식 이하의 무례를 드러낼 뿐”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은 “대내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 보려는 궁여지책”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 과거 두 차례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에 적극성을 보인 북한이 이제 와서 정상회담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이유가 무엇인가? 김정일은 2000년 6월 15일 남측으로부터 현금 4억 5천만 달러를 받고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호응해왔습니다.

이어 김정일은 2007년 10월 4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무효화와 남측의 대규모 대북경제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서 발표를 전제로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북한은 그 후 이명박 정부 때 정상회담 조건으로 5억 달러의 현물을 요구했으나 남측의 거부로 물밑협상이 결렬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그동안 정상회담을 한반도 평화정착이나 남북관계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측으로부터 경제적, 정치적 이득만을 일방적으로 챙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 온 것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게는 이런 수법이 먹혀들지 않는데 대한 불만이 정상회담에 관한 거부반응으로 표출된 것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할 경우, 비정상적인 관행을 폐기하고 정상적인 회담을 하려는 목적에서 ‘진정성 있는 회담’을 특별히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데 있어 정상회담만큼 효과가 큰 것은 없습니다. 실무차원의 접촉에서 합의가 어려운 문제도 실권을 가진 쌍방 정상이 직접 만나 협의를 할 경우 쉽게 해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상회담 그 자체가 선전적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회담개최 조건으로 돈이 오고가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또한 정상회담은 호혜평등의 입장에서 상호 존중과 약속 이행이라는 국제법의 일반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오늘날 한반도 상황에 비추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해결과제가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평화정착과 이산가족 상봉문제 등 인도적 문제에 있기 때문에 이 문제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쌍방정상이 만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원색적 비난 중지 등 분위기 조성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현 시점에서 진정성 있는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남측보다 북측에 더 많다는 사실을 김정은 정권은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