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미, 중의 새 지도자 선출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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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 롬니 공화당 후보를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또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당 총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로써 세계 최대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새 지도부가 이끄는 G2시대가 열렸습니다.

두 나라의 새 지도자 선출은 세계질서는 물론 동북아시아와 북한의 장래에 적지 않은 영향을 가져올 것입니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은 대외정책의 중심축을 아시아에 두고 중국과 협력과 경쟁을 벌이는 양면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진핑은 미국과 협력을 하면서도 군사력 강화를 통해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에 맞서는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나라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추진될까.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확고한 입장을 고수할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프라하 연설에서 ‘북한과 이란이 핵개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를 보낸 바 있습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발표된 미국 민주당 정강정책에 의하면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개발해 국제적인 의무를 따르지 않는 북한 정권이 가혹한 선택에 직면하도록 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다시 모색하겠지만 북한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강경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한편 시진핑의 북한에 대한 입장은 당분간 후진타오 시대에 비해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과 북한은 기본적으로 공산당 대(對) 공산당의 관계입니다. 그리하여 중국은 그동안 북한체제의 안정을 바라는 입장에서 대남도발까지 감싸는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펴는 한편으로 개방, 개혁과 핵무기 개발 포기를 종용해왔습니다. 그러나 국제환경이 크게 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시진핑이 북한 체제안정을 돕기는 하겠지만 과거처럼 교조적 혈맹관계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는 한국전쟁 때 중국 인민지원군 총사령관 펑더하이(彭德懷)의 최고 참모였습니다. 그리하여 시진핑은 아버지 때부터 북한에 친밀감을 가져왔으나 남한의 주요 인사들과도 친분을 맺고 있어 균형 잡힌 한반도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새 지도부 관계가 부드럽게 형성되고 양국 경제가 회복될 경우, 중국은 북한에 대해 개방, 개혁을 강도 높게 요구할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미, 중 관계가 악화되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북한을 감싸기 위해 중국의 대북정책은 더 유연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향후 미, 중 관계와 이번 남한 대선을 통해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한, 미의 대북정책 또한 변화될 것입니다. 좌파성향의 정권이 탄생될 경우 대북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햇볕정책을 다시 추진하겠지만 보수성향의 정권이 수립되면 안보와 대북 지원 사이의 균형 잡힌 정책을 펼칠 것입니다.

이처럼 한반도 주변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는 김정일 시대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환경에 맞게 변화를 시도해야 할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