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지 1년이 가까워 오는 시점에서 체제는 안정국면을 유지하고 있으나 군부 내의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에 의해 지난 7월 전격 해임된 리영호 전 총참모장은 경질 직후 평양 자택에서 철저한 감시를 받다가 얼마 전 함경북도 경성군 주을 온천에 연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리영호에 대한 북한군의 존경심이 높기 때문에 김정은도 함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후임 총참모장으로 임명된 현영철 차수가 임명된지 4개월 만에 대장으로 강등되고 천안함, 연평도 도발의 주범인 김영철 정찰총국장도 최근 대장에서 중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군단장 9명 중 6명이 경질됐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군부에 대한 김정은의 길들이기 작전을 통해 군부 장악력을 높이려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군부 내에서는 김정은의 조치에 대해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대북소식통은 전하고 있습니다.
불만의 첫째 요인은 김정은이 북한 군부의 외화벌이 사업을 노동당 산하 기관으로 이관시킴으로써 군부의 돈줄이 끊겼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배급제가 사실상 중단되고 군대에 대한 국가지원이 크게 축소된 상황에서 북한 군부는 승리무역과 강선무역 등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여 부대 운용에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이 기구들을 노동당 산하인 대성무역으로 통합시킴으로써 돈줄을 당으로 옮겨 버렸고 이것은 김정은에 대한 군부의 불만을 촉발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여기에다 군 경험이 전혀 없던 최용해를 총정치국장에 앉혀놓고 군부를 감시, 통제케 한 것은 일선 야전군 지휘관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은 일선 지휘관들에게 충성 서약서를 쓰게 하고 당과 수령에게 충실하지 못한 군인은 자질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필요 없다고 공언하는 등 불만세력을 향해 경고를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한군 간부가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붙잡혀 오는 등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전개될 군부 내의 기류입니다. 강등이나 숙청을 이용한 군부 길들이기는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해왔던 것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극심한 식량난과 계속되는 훈련, 노역 등으로 사기가 저하된 군부에 대한 젖줄마저 끊어버린 것은 예사롭게 볼 수 없는 사건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군 지휘관들이 당장에는 살아남기 위해 김정은이 휘두르는 공포정치의 칼날 앞에 몸을 낮추고 면전복배 하는 행동을 취하겠지만 그들 내면에는 불만과 저항심이 축적되어 갈 것입니다. 김정은에 대한 충성 서약이라는 요란한 구호의 밑에서 이반(離叛)의 싹이 돋아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독재자에 대한 군의 이반 현상은 과거 루마니아, 이라크, 리비아 등에서도 나타났으며 북한이라고 해서 비켜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선군정치(先軍政治)를 앞세우면서 실제로는 군부가 지도자와 당에 의해 홀대받는 김정은 체제의 앞날이 매우 불안하고 불투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