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당국의 평양과 지방에 대한 차별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또 다른 체제불안요인이 태동하고 있습니다. 내년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북한은 최근 평양 시민들에게 고급상품과 생필품을 공급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올 2월 문을 연 평양 보통강 백화점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중국에서 수입한 의료, 가구, 식품은 물론 샤넬, 아르마니 등 고가의 명품까지 판매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8월 중순, 러시아가 지원한 식량 5만 톤 가운데 4만 톤을 평양시민에게 특별배급하고 평양시의 식수, 난방, 전기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평양 만수대 지구에 3,000채 규모의 고층아파트 단지와 극장, 공원을 조성하는가 하면 노후 가로등과 네온사인을 교체하는 등 평양시 단장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면 지방 주민들은 하루 1~4시간만 전력을 공급받고 집이 부족해 집 한 채에 2~3가구가 같이 사는 '동거 가구'가 일반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방 백화점과 국영상점의 상품 진열대는 거의 비어 있고 그나마 진열대 있는 상품은 대부분 저급품이라고 합니다.
북한당국이 이처럼 평양 우대정책을 펴는 것은 북한체제를 수호하는 핵심계층이 거주하는 평양을 잘 꾸밈으로써, 체제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아울러 내년 강성대국 진입을 대내외에 홍보하는데 평양 발전상을 선전용으로 사용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앞을 내다보지 못한 극히 단편적이고 위험한 발상입니다.
평양 우대정책으로 수혜자인 300만 평양시민들의 환심을 살지는 모르지만 차별을 받고 있는 지방 주민들은 극도의 소외감과 불만을 느낌으로써, 잠재적 체제 저항세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방 주민들이 자기들의 열악한 생활환경과 평양시민들의 잘 사는 모습을 비교하게 될 때 불평, 불만이 폭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이며 시간문제일 따름입니다. 더욱이 최근 들어 북한 주민들의 손전화 이용이 급증하고 있어 지방 주민들의 정보접근 기회가 다소 용이해지고 의식도 점차 변하고 있는 현상은 주목되는 요소입니다.
북한 내 손전화 사업자인 이집트 오라스콤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9월 말 현재 북한의 손전화 가입자는 80만 9,000여 명으로 연말에는 사용자가 1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며 북한 전체주민의 94%가 손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의 도청, 통제가 강화되고 비싼 손전화 가입비(800달러) 등으로 지방 주민들의 손전화 사용이 쉽지는 않겠지만, 정보소통의 공간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주민들의 불만과 장마당 상인들(시장세력)의 불만이 결합될 경우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저항세력으로 발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상인들 역시 2년 전 화폐개혁 실패로 인해 가장 큰 재산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인데다 북한당국의 장마당 통제로 괴로움을 받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당국은 지방 차별화가 가져올 후과를 생각해야함은 물론 정보화 시대를 지향하는 역사의 흐름을 바로 봐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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