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북한의 중국 편들기

0:00 / 0:00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싸고 미국•일본과 중국의 기싸움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방공식별구역이란 타국의 군용기 침입을 식별하기 위해 영공 외곽에 임의로 설정한 공중구역으로서 중국이 최근 동중국해에 선언한 방공식별구역 안에는 일본의 센카구 열도와 남한의 이어도 상공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또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안에는 미국이 훈련장으로 쓰고 있는 3곳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리하여 미국, 일본, 남한은 중국이 선언한 방공구역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29일 전투기 10여대를 방공구역에 진입시키는 무력시위를 벌였고 중국은 이에 대응해 전투기 등을 긴급발진 시켰습니다. 남한정부는 지난 28일, 한•중 국방차관 회담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할 수 없다고 통보했으나 중국은 거부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의 입장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은 지난달 28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반발에 대해, 「중국은 일본과 미국의 부당한 입장을 단호히 배격한다. 일본은 이러쿵 저러쿵 할 권리가 없다」라는 중국 입장을 소개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일본의 모험성을 조장시킬 수 있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중국측 주장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중국 편들기는 북한 핵문제로 야기된 양국간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국 사이의 균열을 유도해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미국, 중국, 남한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3국 공조체제를 유지하며 대북제재를 가해왔는데 방공구역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간의 군사적 대립이 격화되자 북한은 그 틈새를 이용해 3국 공조체제를 깨려는 속셈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주변국의 대북 견제가 느슨한 틈을 이용해 4차 핵실험까지 준비하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은 최근 「영변에서 5MW 원자로를 재가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징후들을 관측했다」고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이번 기회에 중국 편을 듦으로서 북한의 경제회복에 필요한 중국의 지원까지 얻어내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 얄팍하고 단편적인 생각일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이익에 반(反)하는 처사입니다. 남한 정부는 그동안 실효적으로 관할해온 제주도 남쪽 해상의 이어도를 포함해 방공식별구역을 남쪽으로 더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이어도를 자기들의 방공구역에 포함시킨 중국입장을 지지하는 것은 곧 우리민족의 영토 일부를 중국에 이양해도 좋다는 행위나 다름이 없습니다. 또한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놓고 동북아 정세가 미•일 대(対) 중국간 충돌이라는 신(新)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듯한 상황에서 중국에 의존하며 핵개발을 계속하겠다는 태도는 냉전을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진정 민족의 장래를 위한다면 이어도를 자기들의 방공구역에 포함시키려는 중국과 일본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아울러 한반도의 평화를 바란다면 동북아의 긴장상황을 핵 보유의 호기로 이용하려는 시도도 중지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