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권력 2인자였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실각됨에 따라 김정은 체제의 향후 전망에 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 부위원장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장성택의 해임 이유에 대해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와 부정부패, 여성들과의 부당한 관계까지 구체적으로 열거했습니다. 북한이 그동안 고위간부 숙청사실을 공개한 사실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이번에 장성택 숙청사실을 구체적으로 공식발표한 것은 이 사건이 갖는 의미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내외에 김정은 유일체제를 과시하고 장성택 추종세력 등 반(反) 김정은 세력들을 향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김정은이 집권 2년째를 맞는 시점에서 장성택을 숙청한 것은 날로 강화되고 있는 그의 세력을 견제하고 김정은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장성택의 제거와 공포정치로 김정은 체제는 외견상 권력이 공고화된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불안정성이 더 증대된 것으로 전망됩니다.
첫째는 김정은의 통치력(리더십)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제 나이가 30세인 김정은은 국정운영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 김일성, 김정일과 같은 카리스마도 없습니다. 여기에 즉흥적 정책결정으로 인해 국정운영에 심한 혼란이 야기되고 있어 북한의 미래가 매우 불투명합니다.
둘째는 군부의 불만입니다. 김정은은 군 경험이 없는 최룡해를 총 정치국장으로 앉혀놓은 후 리영호 전 참모장 등 군단장급 이상 군 지휘관 20여명을 교체했습니다. 이와 함께 군 수뇌부들에 대해 하루아침에 강등시켰다가 얼마 후 다시 진급시키는 등 잦은 인사교체를 단행한데 이어 그동안 군부가 갖고 있던 외화벌이 등 이권사업 마저 박탈해 내각과 당으로 이관시킴으로써 군부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셋째는 김정은에 대한 잠재적 저항세력들의 도전 가능성입니다. 김정은은 그동안 당, 정, 군 간부의 44%를 물갈이 하거나 숙청했습니다. 올해 들어 40여명을 공개처형하는 등 공포정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평양과 지방간 격차와 특권층과 서민간 생활격차가 심화되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넷째는 북한과 중국관계가 냉각돼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 핵문제로 촉발된 북, 중 대립관계는 그동안 양국간 교량역할을 해온 장성택 실각으로 인해 유대관계에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 유사시 동원되는 중국군이 지난 4일부터 백두산 일대에서 대규모 혹한기 훈련을 실시했는데, 이는 시기적으로 친 중국파인 장성택 실각과 맞물려있어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볼 때 김정은 체제는 당분간 1인 독재체제를 유지하겠지만 여러 가지 불안요인이 겹치고 있어 체제붕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하겠습니다. 공포정치는 권력 강화를 위한 수단이지만 파국을 잉태하기도 하는 양날의 칼입니다. 피는 피를 부르고 영원한 독재는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 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