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김정일 사망과 북한의 장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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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17일 사망함으로써, 대내외의 관심은 김정은 세습체제의 안착 여부와 남북관계 및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에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 17년간 철권통치로 북한을 지배해온 절대 독재자 김정일의 죽음은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가져올 후폭풍은 예측하기 어렵고 충격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김정일 사망의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일성은 한반도 전역의 공산화를 위해 남북한 주민 500만 명을 살상한 6·25전쟁을 일으킨 전범자였습니다. 그 결과 전쟁으로 생겨난 1,000만 남북 이산가족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고통과 한을 안겨준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아들 김정일은 17년간 유혈과 테러와 폭력과 집단 아사로 우리 민족에게 고통과 질곡만을 안겨주었습니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에서 남한 대통령을 노린 테러를 자행한데 이어 1987년에는 대한항공기를 폭파해 115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지난해에는 천안함을 폭침 시켰고 연평도에 무력도발을 자행했습니다. 김정일은 자신의 권력기반 강화를 위해 식량을 사들여 할 수십억 달러의 돈을 핵무기 개발에 투입함으로써 300여만 명의 북한주민을 굶어 죽게 한 장본인입니다.

이 같은 김부자(父子)의 사망은 반(反)인륜체제의 종식을 알리는 출발선이 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김정일의 사망은 북한주민들이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중대한 전환점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정은 되었으나 그가 김정일처럼 강력한 권력자로 부상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군부가 득세할지 당, 정의 지도자들이 부상할지 모르지만 김정은을 명색뿐인 수령(首領)으로 하는 집단 지도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도층의 내부단합과 중국의 지원이 계속되고 경제가 회복될 경우 김정은 세습체제는 안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주민 불만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군부나 당내에서 권력투쟁이 벌어질 경우 김정은 세습체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군 장성들이 공안기관의 철저한 감시로 운신의 폭이 좁은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상황이 변하면 권력의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한 김정일 사망으로 남북관계에는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으로서는 내부 권력기반 승계작업이 우선이고 내년 초에 있을 김일성, 김정일 생일 행사를 무사히 치르는 것이 당면한 사업이기 때문에 남북관계는 현재 기조를 유지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 이후 북한 내 권력투쟁 등 내부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 체제결속을 위해 대남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 아랍 민주화 열풍에서 나타나듯이 독재체제는 반드시 붕괴된다는 역사의 순리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남북한 동포들은 이번 기회를 북한 민주화와 한반도의 평화의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를 우리 모두가 발휘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