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남한의 통신장비를 방해하기 위한 전자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를 향한 전방위 식량구걸외교를 벌이고 있어 그 배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미국에 식량 33만t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40여 개 북한 해외공관을 통해 주재국 정부에 식량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북한이 해외공관을 통해 요청한 것은 약 300만t 규모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당국은 주민들에게 군량미 헌납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북한이 지난 2월 남북군사실무회담에 나온 것도 남한으로부터 식량지원을 얻으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올해 북한의 식량사정이 어떻기에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가. 남한 정부는 북한의 작년 곡물 생산량이 전년도 생산량 411만t보다 10만t 늘어난 421만t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연간 평균 식량 수요량이 500만t 정도임을 고려할 때, 올해에는 80만t 가량 부족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화폐개혁 이후 지난해 북한의 장마당에서 쌀값은 80배, 달러 값은 100배나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전례 없이 전방위 식량 구걸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강성대국의 문을 연다는 내년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주민들로 하여금 강성대국을 피부로 느끼도록 하기위해서는 쌀 배급이라도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그 물자를 올해 조달하려는 목적에서 식량구걸 외교를 벌이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또한 지난해 춘궁기에 군량미 일부를 풀어 주민에게 제공했기 때문에 그 부족분을 채워 넣으려는 의도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선심성 물자제공을 통해 주민과 군인들의 환심을 삼으로써 김정은 3대 세습체제를 구축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남한, 미국, 유럽연합, 국제기구를 비롯한 외부로부터 식량 원조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할 조건이 있습니다. 최대 식량지원국인 남한에 대해서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관한 사과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 불바다' 발언이나 남한의 통신장비를 방해하기 위한 전자전을 중지하고 중단된 군사실무회담에 하루 속히 나와야 합니다. 또 미국을 향해서는 남북관계개선 노력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에 대해서는 식량분배의 투명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지금 영국, 체코, 폴란드 등 북한의 식량지원 요청을 받은 국가들은 북한주민에게 직접 식량이 전달될 수 있도록 분배의 투명성 보장을 지원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북한 스스로 식량난 해결의 근본적 대책을 강구하는 일입니다. 외부의 식량원조는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외부에 구걸하지 않고 식량을 자급자족 하기위해서는 영농방식의 개선, 비료의 안정적 확보, 협동농장 폐지 등 과감한 개혁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