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등장한 이후 북한의 사치품 수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북-중 무역통계자료에 의하면 북한이 지난 2010년과 지난해 중국 세관을 통해 수입한 사치품 수입규모는 각각 4억 4617만 달러, 5억 8482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김정은이 등장하기 전인 2008년 2억 7214만 달러, 2009년 3억 2253만 달러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수입품은 주로 고급 자동차와 TV, 컴퓨터 등 전자제품과 고급 양주, 시계, 예술품, 골동품 등으로 김정일 정권 때보다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이는 김정은이 자기 체제를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당, 정, 군(党 政 軍)의 최고 실세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에서 사치품을 수입, 나눠준 것으로 보입니다.
돌이켜보면 김일성은 1948년 북한정권 수립과 동시에 측근들에 대한 선물 통치를 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평양의 창광거리는 당, 정, 군의 최고 실세들만 살 수 있는 전용 주거단지입니다.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도 이들에게 해외공관 등을 통해 일본, 유럽, 동남아 등에서 구입해 온 고급선물을 연회나 김씨 일가의 생일과 기념일 등에 집중적으로 제공해 왔습니다. 심지어 측근 간부 자녀의 혼례 결재권까지 가진 김씨 일가는 간부자녀 결혼반지와 고급시계, 예복까지 직접 하사하는 방식으로 측근들의 충성심을 확보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김정은도 선물통치 방식을 대(代)를 이어 전수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독재자는 국민의 99%가 굶어죽어도 1%의 충성심이 강한 측근들만 있으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 같은 선물통치 방식을 선호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리하여 유엔은 지난 2006년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로 회원국들이 북한에 사치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그 품목은 각 회원국에 위임했습니다. 남한도 이에 따라 2009년 사치품 품목 13개를 지정,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까지 사치품 품목을 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다른 나라와의 사치품 교역이 끊기자 중국과의 교역에 더욱 치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난해 북한의 사치품 수입규모인 5억 8482만 달러는 외국으로부터 밀을 196만 톤 살 수 있는 금액이라는 사실입니다. 북한의 식량사정을 보면, 매년 부족한 양곡이 100만 톤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만약 북한당국이 사치품 수입비용을 식량 수입대금으로 전환시킬 경우 식량난 완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공장 및 기업소 방문과 경제관리 개선조치 등을 앞세워 자기가 민생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면에서는 선물통치를 위해 귀중한 외화를 낭비하는 것을 볼 때, 과연 김정은이 북한의 식량난 해결 등 경제회생을 위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치 않을 수 없습니다. 권력유지를 위해서는 측근들의 환심이 아니라 민심을 얻는데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