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는 2016년 한 해동안 화제가 됐던 북한 관련 뉴스 10개를 선정해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제2편 '한국의 정정불안과 미국의 트럼프 새 대통령 당선'에 관해 전해드립니다. 오늘 10대 뉴스 두번째 시간은 양성원 기자와 함께 합니다. 양성원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 안녕하세요.
앵커 )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 '한국의 정정불안과 미국의 트럼프 새 대통령 당선' 먼저 준비해 온 음성자료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앵커) 네, 지금 들으신 것 처럼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선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또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조기 퇴진 위기에 몰렸는데요. 이런 가운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또 북한이 적어도 내년 초까진 자제할 것이다 이런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 우선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야기부터 해보죠.
기자) 네, 지난 11월 8일 미국 대통령 선거일에 앞서 대부분 미국 언론들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무난히 당선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기존 '구태 정치인'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클린턴 후보에 대한 비호감 정서가 워낙 팽배한 상황에서 비교적 학력 수준이 낮은 대규모의 백인 노동자들의 표가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후보 쪽으로 쏠렸기 때문이란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앵커) 북한 측도 이번 미국 선거 결과에 무척 관심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반응은 어땠습니까?
기자) 네, 미국 대선이 끝난 후 한 열흘 쯤 지나 11월 중순 북한 외무성 북미국의 최선희 국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의 전직 관리들과 민관접촉에 나서는데요,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단독 입수한 접촉 당시 관련 문서에 따르면, 거기서 최 국장은 북한 사람들도 미국 사람들 못지않게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놀랐다면서 자신도 선거 직후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밤늦게까지 일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 국장은 당시 접촉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정해질지, 또 얼마나 긴 정책 재검토 시간이 걸릴지 무척 궁금해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윤곽이 나오기 전에는 미북관계에서 "문을 닫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최 국장의 이러한 말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재검토 하는 과정에서 악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적어도 내년 초반까진 북한이 핵이나 장거리미사일 도발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북한 측이 이러한 도발 자제 입장을 밝힌 것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새 행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 감이 잘 잡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잠시 육성을 직접 들으신대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대통령 선거 기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에 오면 만나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말도 했지만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피력했고 과거엔 영변 원자로 폭파 관련 언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중국을 압박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도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트럼프 당선자의 다양한 발언의 진의를 잘 알지 못하는 북한으로서는 일단 트럼프의 외교 안보 고위 관리들의 인선을 지켜보면서 미국의 정책 재검토를 통해 정해지는 새로운 대북 정책의 윤곽이 나올 때까진 좀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취할 수 있습니다. 한국 한동대학교의 박원곤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박원곤 교수: 북한의 입장에선 오바마 행정부 초기 상황과는 달리 당분간 도발을 삼가할 것으로 봅니다. 당분간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입니다… 핵심은 결국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미국 신 행정부가 협상을 시작하는 것인데 북한은 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앵커) 북한이 도발을 일단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은 한국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현재 한국 내 정치적 혼란 상황도 고려 대상에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0월 경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측근 민간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태로 대다수 한국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한국 국회도 12월 초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해 현재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임기가 1년여 더 남은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내년 봄이나 여름 정도 물러나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에 걸림돌이 될 도발을 자제했고 앞으론 내년 중반 예상되는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북한에 우호적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은 한국 야당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당분간 도발을 자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의 도발은 집권 여당, 보수 측이 다시 집결하고 목소리를 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실제 11월 중순 미국 측과 접촉한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북미국 국장도 한국 집권 보수층이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삼가할 것이란 속내를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앞서 북한이 적어도 내년 초까진 도발을 자제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요. 반면 여전히 올 연말과 내년 초에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전문가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인데요. 그는 과거 북한의 도발 행태를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미국의 새 대통령 취임 20여일 전후로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참고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월 20일 취임식을 갖습니다. 미국의 마이크 멀린 전 합참의장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멀린 전 합참의장: 북한은 역사적으로 미국의 새 지도자가 들어설 때 예상치 못한 뜻밖의 일을 일으켰습니다.
오랫동안 한반도 문제를 연구한 미국의 래리 닉시 전 의회조사국(CRS) 연구원도 현재 북한은 이른바 ‘꽃놀이패’를 쥔 상황으로 향후 도발에 나설 수도 있고 아니면 대화 공세에 나설 수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닉시 박사는 북한이 특히 한국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국정마비 상황을 맞은 한국과 정권 교체기의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핵이나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관련 도발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앞으로 한국에서 야당의 집권을 돕기 위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습니다.
래리 닉시 박사: 북한 지도부가 대화 공세나 도발 자제를 통해 노리는 것은 현재 한국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입니다.
앵커) 북한 측도 자신들의 도발 자제 원칙의 예외를 내년 2월 실시될 것으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라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미국 측 전직 관리들과 만난 최선희 북미국 국장은 만일 내년 2월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북한의 대응은 매우 거칠것(very tough)이다,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최 국장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북한 측 거친 대응을 핵이나 미사일 관련 도발로 특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최 국장은 또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없는지 미국 측에 문의하면서 그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현재로선 내년 2월 예정된 한국과 미국의 연합군사 훈련이 축소되거나 할 가능성은 낮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기간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을 동맹국인 한국이 현재보다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국이 핵개발에 직접 나서 스스로 국방을 책임지란 취지의 발언을 내놓아 논란을 빚기도 했는데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조금 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에 당선돼 직접 국정을 운영하다보면 선거 유세 때 밝힌 여러 입장이 수정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한국 등 동맹국의 안보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 초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유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이들의 추정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방장관 등 고위 외교안보 관리들을 대부분 군인 출신 대북 강경파 인사들로 채우고 있어 미국의 대북 압박이나 강경한 자세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서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등 국정 혼란 여파로 차기 대선에선 야당이 유리하고 야당 소속 대통령이 당선되면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대북정책에 대한 마찰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최종 결정하면 내년 여름 경 대통령 선거가 예정보다 6개월 이상 일찍 치뤄질 가능성이 높고 또 보수적 성향의 여당보다는 진보 성향의 야당 쪽에서 차기 정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수미 테리 바우어그룹아시아 이사의 말입니다.
수미 테리 이사: 한국 야당의 문재인 후보가 집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선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과거 김대중 한국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 때처럼 대북정책을 놓고 한미 간에 갈등이 생기고 한미동맹 관계가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 자유아시아방송의 2016년 10대 뉴스2편 '한국의 정정불안과 미국의 트럼프 새 대통령 당선'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100년만의 대홍수' 편을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