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뉴스 ⑥] 개성공단 폐쇄

0:00 / 0:00

이예진: 2016,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6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오늘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10대 뉴스’, 오늘은 여섯 번째 시간입니다. 먼저 오늘의 주제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올해 초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한국 정부는 유례없는 강력한 조치들을 취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개성공업지구 가동 중단이 아닐까 싶은데요. 노재완 기자와 함께 개성공업지구 사태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노재완 기자, 안녕하세요?

노재완: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먼저 개성공업지구 폐쇄 과정을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노 기자, 한국 정부가 개성공업지구 사업 중단을 선언한 것은 정확히 언제였죠?

노재완: 한국 정부가 개성공업지구 가동의 전면 중단을 선언한 것은 지난 2월 10일입니다. 당시 군사 작전하듯 한순간에 진행됐는데요. 가동 중단 발표 3일 전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는데요. 물론 미사일 발사도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개성공업지구 전면 중단의 결정적인 계기는 역시 4차 핵실험으로 봐야 맞습니다. 당시 통일부 발표 내용,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 : 이제 우리 정부는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전면중단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예진: 이에 맞서 북한은 바로 다음날 개성공업지구 폐쇄를 통보하고 공업지구 내 자산을 동결시켰죠?

노재완: 네, 그렇습니다. 사실 입주 기업들은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출경에 제한조치를 받으면서도 전면 중단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면 중단 조치가 내려지고 개성공업지구로 가는 길이 끊기면서 개성공업지구는 결국 북한 당국에 의해서 군사지역으로 선포되고 맙니다. 입주 기업들은 철수 명령이 떨어지니까 공장에 있던 완제품 일부만 차에 싣고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이후 입주 기업들은 개성에 있는 다른 자산을 가져올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북한은 발표한 대로 공업지구에 남겨둔 남한의 설비와 자재, 완제품 등을 모두 몰수해버렸습니다.

이예진: 남한 정부는 과거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때도 개성공업지구만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13년 북한의 일방적인 출입 차단으로 3개월가량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었지만 그때도 남북은 대화를 통해서 재가동에 합의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은 달랐던 것 같은데요. 개성공업지구 중단 선언의 의미를 한 번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

노재완: 남한의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만 해도 한반도 신뢰구축을 위해서 비무장지대 평화생태공원 건설, 경원선 복원, 러시와 함께 나진특구 합작사업 등을 추진했습니다. 특히 2014년에는 독일에서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늘리는 방안도 마련했죠. 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온 것은 북한의 도발이었습니다. 특히 올해 1월 6일에 있었던 4차 핵실험은 남한 정부 입장에선 더는 참기 어려운 도발이었습니다. 게다가 유엔에서 강력한 대북제재안이 나오면서 남한 정부도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했던 겁니다.

[PROMO] 여러분께서는 미국 워싱턴에서 전해드리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연말특집 방송, 2016 RFA 10대 뉴스를 듣고 계십니다.

이예진: 남한 정부의 가동 중단 결정에 대해 남한 내부에서는 논란이 좀 있었죠?

노재완: 네. 그렇습니다. 일부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위해서 선제 조치를 한 것은 ‘아주 잘한 것이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는 돈줄을 죄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도 있고요. 반대로 ‘개성공업지구 중단 결정은 실효성이 없는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결정이다’ 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한다고 해서 북한의 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가 해결될 것 같으냐’ 이런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남한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정부의 이번 조치에 찬성했습니다.

이예진: “개성공업지구 중단 조치는 불가피했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들이 손을 들었다고 봐야겠네요. 그렇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한 일이잖아요. 더구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입주 기업들의 자산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것 같습니다.

노재완: 네, 그렇기 때문에 남한 정부는 개성공업지구 중단 조치 직후 기업들의 피해 보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잇달아 관련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피해보상 범위와 금액 등을 놓고 양측은 오랜 시간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입주 기업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여러 차례 성명을 발표하고 집회도 가졌는데요. 개성공단기업협회 한 임원의 말을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 : 개성공단 전면 중단 14일이 지난 지금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개성공단 기업인은 악몽과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기업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생존하게 해달라고 여러 번 하소연하였지만 정부의 대책은 우리의 요구와 너무나 거리가 있습니다.

이예진: 정부의 지원책과 별개로 입주 기업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도 이어졌지요?

노재완: 네, 입주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피해 보상을 받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지만 쌓여 있는 재고 물품을 소진하는 것도 큰 골칫거리였습니다. 왜냐하면 개성공업지구 폐쇄로 거래처 대부분이 개성 물건을 사는 것을 꺼렸기 때문인데요. 입주 기업들의 이러한 사정을 알고 지방자치 단체들은 개성 제품 시장을 열어 주었고, 서울 등 지방의 대형 백화점들도 ‘개성공업지구 상품전’을 열었습니다. 롯데백화점 한 점원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롯데백화점 점원 : 다들 싸다고 많이 사 가셨어요. 의외로 젊은층들도 많이 오셨는데요. 손자 손녀 선물 준다고 사 가시는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이예진: 네, 입주 기업들의 딱한 사정을 국민들도 잘 알고 있고, 또 함께하려는 노력도 했군요. 지금 남북관계가 개선될 조짐이 없는 상태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개성공업지구가 영구적으로 폐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노재완: 남북경협 전문가들은 지금의 사태 추이를 봤을 때 공업지구가 완전히 폐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북한은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남한 자산을 모두 몰수하고 동결한 상태입니다. 나중에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조업 재개가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더구나 개성공업지구 재가동의 조건으로 남한 정부가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하고 있어서 더더욱 어렵게 느껴집니다. 또 개성공업지구 폐쇄로 피해 본 것은 입주 기업만이 아닙니다. 공업지구에서 근무한 북한 주민 5만여 명도 똑같이 피해자입니다. 개성공업지구 폐쇄로 이들도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이들은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을 쏜 북한 당국일까요? 아니면 공업지구 중단을 대북제재 수단으로 삼은 한국 정부일까요? 남북 당국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듣고 보니까 입주 기업뿐만 아니라 북측의 근로자들도 피해자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북한의 핵 문제가 풀려야 개성공업지구 사업도 다시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노재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노재완: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자유아시아방송의 ‘2016 10대 뉴스’ 여섯 번째 시간, ‘개성공단 폐쇄 얼어붙은 남북교류’ 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방어를 위한 한국 내 사드배치 논란’ 편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