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15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5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자유아시아방송10대 뉴스’입니다. 오늘 ‘10대 뉴스’의 다섯 번째 시간은 김진국 기자와 함께합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앵커) 북한 사회 내부적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주목받은 용어는 ‘인민대중 제일주의’였다고 할 수 있죠?
기자) 2015년 한 해는 ‘인민대중 제일주의’로 시작해 ‘인민대중 제일주의’로 마감했다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강조한 것을 필두로 지난 10월 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는 “인민중시, 인민존중, 인민사랑”을 표방하는 등 북한은 지난 한 해 내내 인민생활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인민생활의 개선을 통해 정권에 대한 ‘대중적 정당성’을 이끌어내고자 했다는 겁니다. 한국의 북한전문가인 장용석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의 말을 들어 보시죠.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권력 엘리트를 통제하고 결집시켜서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에는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지 않나 생각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주민들의 지지가 아니겠느냐 싶어요. 이런 점에서 주민들의 지지, 즉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인민을 강조하면서 인민의 복지를 포함한 인민제일주의를 거듭 천명하고 강조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앵커)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구호가 언제 등장했나요?
기자) 북한 김정은 정권 2년차였던 2013년 처음 등장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이 2013년 1월 제4차 당세포 비서대회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는 본질에 있어서 인민대중제일주의"라고 말한 것이 처음입니다.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1회 생일이었던 2013년 2월 1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김정일 동지의 한평생의 이념은 인민대중제일주의’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지도부가 가장 많이 쓰는 구호로 자리잡았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와 당 창건 기념연설 등에서 집중적으로 사용됐습니다. 특히 지난 10월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때 김 제1위원장은 연설문에서 인민이란 단어를 90번 넘게 언급하였습니다.
앵커) 그래서인지 올해 ‘인민에 대한 강조’를 여러분야에서 볼 수 있었죠?
기자)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0월 당창건 70주년 때처럼 임금 100%가 특별상금 형식으로 지급된 것입니다. 최신식 시설인 보육원과 애육원이 올해 많이 만들어진 것도 주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원도 원산에 최신식 시설로 보육원과 애육원이 완공된 데 이어 청진, 신의주, 강계, 사리원 등 각 도의 행정중심지에도 똑같은 보육원과 애육원이 건설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에 걸쳐 모두 6개의 보육원․애육원이 같은 형태와 모습으로 지어지는 건데요, 이밖에도 황해남도 해주를 비롯해 앞으로 남포시, 라선시 등에도 새 보육원․애육원이 들어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 당국이 '어린이 사랑'을 앞세워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적극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국에 보육원과 애육원을 짓고 어린이 사랑을 과시하면서 손쉽게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효과를 갖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커티스 멜빈 보육원을 짓고 어린이를 위하는 정책은 근본적인 경제적․제도적 개혁 없이도 가능하지요. '어린이 사랑'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집권 초기에 체제를 강화하고 선전하는 데 손쉽고도 높은 상징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기자)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이 물놀이장과 영화관, 놀이공원 등 오락시설을 짓고, 북한 주민에 대한 보여주기 식 삶의 질 개선에 나선 것처럼 '어린이 사랑'은 체제를 선전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여러분께서는 미국 워싱턴에서 전해드리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연말 특집방송, 2015 RFA 10대 뉴스를 듣고 계십니다.
기자) 또 다른, 대표적인 인민 사랑의 예로 평양의 미래과학자거리가 있습니다.
앵커) 지난 10월에 김 제1위원장이 현장을 방문해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강조했다는 소식이 기억나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인민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우리 당의 인민중시, 인민존중, 인민사랑의 정치가 그대로 응축돼 있다”고 높이 평가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아시아방송의 취재 결과 미래과학자거리 준공식은 지난 11월 3일 진행됐지만, 과학자들이 입주해야 할 아파트의 내부공사가 지연되면서 실제로 상당 수 주민이 아파트에 들어가 살 수 없는 상황이 오래되고 있었습니다. 시일이 많이 늦어졌다고 파악됐습니다. 그래서 준공식과 김 제1위원장의 방문 등이 인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극에 불과했다는 불만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일회성으로 월급을 올려준다든지, 어린이 사랑을 보여주며 이들을 위한 새 건물을 짓는다든지, 그리고 평양의 과학자 아파트거리를 조성하는 등의 사례로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강조하고는 있지만, 이런 사례들은 소위 ‘대중영합주의’적 처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것들로는 북한 인민대중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근본적인 경제적․제도적 개혁이 있어야 하죠. 그래서 2016년은 김정은 정권이 공언한 정책 방향과 과제의 실질적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법 찾기가 쉬워 보이진 않습니다. 북한 정권이 2013년 3월 채택한 ‘핵.경제 병진노선’이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핵.경제 병진노선’이 ‘인민대중 제일주의’의 발목을 잡는구요?
기자)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인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전제조건인 개혁과 개방을 택하려면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해야 하는데, 현재 북한 지도부 형편상 그런 선택을 하기도 쉽지 않아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결국 인민을 중시한다는 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인데, 그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외 경제협력, 즉 외자유치가 관건이 아니겠느냐고 생각하고요. 그런 점에서 보면 병진노선을 위한 핵 보유가 국제적인 고립과 제재만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고, 이것이 결국은 경제 회생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인민 중시’ 자체를 빈 껍데기로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 정권은 내년에도 병진노선이 갖고 있는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당분간 인민과 경제를 강조하는 가운데 평화를 내세우면서 대외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장용석 연구원은 내다봤습니다. 또한 내년 5월 개최될 예정인 제7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지금껏 추진해온 경제개혁 조치들을 어떤 형태로든 공식화할 가능성과 함께 향후 경제 회생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주목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네, 김진국 기자 잘 들었습니다.
(Closing) 자유아시아방송의 2015년 10대 뉴스5편 ‘인민대중 제일주의의 허와 실’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냉탕에서 온탕을 오간 북중관계’ 편을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