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뉴스 ⑥] 냉∙온탕 오간 북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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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5,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5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오늘 진행을 맡은 양윤정입니다. 오늘 '10대 뉴스' 여섯 번째 시간은 박정우 기자와 함께 합니다. 박정우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네, 준비해온 자료를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앵커: 박정우 기자, 올 한 해 북한과 중국 양국 관계, 한 마디로 평가한다면 역시 ‘냉탕과 온탕을 반복해서 오갔다’ 뭐 이렇게 볼 수 있겠죠?

기자: 네, 양국 관계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체제 아래서 북한의 대표적 중국통으로 간주돼온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처형 등을 거치면서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올 해 들어서도 별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는데요 지난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참관한 반면 북한은 최룡해 당시 노동당 비서를 보낸 점에서도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앵커: 네 저도 기억이 나는데 당시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톈안먼 광장을 내려다보는 성루 가운데에 자리를 잡은 반면 최 비서는 성루 오른쪽 끝 부분에서 열병식을 지켜봐야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상황은 긴밀해진 한중관계와 냉랭해진 북중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고영환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지도부의 환대를 받은 박 대통령과 시 주석과 단독 면담조차 없이 열병식 행사 직후 북한으로 돌아간 최 비서를 보면서 전직 북한 고위 외교관으로서 느낌이 남달랐다고 털어놨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고영환: 한국의 대통령은 특별기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하여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 후 단독 특별오찬에 참석했고 중국의 2인자인 리커창 총리까지 만나고 돌아갔는데, 북한의 최룡해 비서는 그저 열병식만 보고 돌아간 겁니다. 최룡해 비서의 기분이 참으로 어땠을까요? 최룡해 비서의 뒷모습이 그렇게 측은해 보일 수가 없었거든요. 정말 많은 것을 느낀 열병식 행사였습니다.

앵커: 그런가 하면 10월 1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는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해 양국 관계가 개선될 조짐으로 받아들여졌는데요.

기자: 당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개최된 열병식을 통해 북한은 중국과 전통적인 ‘혈맹관계’ 복원을 대내외에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중국 공산당 서열 5위의 류윈산 상무위원은 당시 열병식 행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함께 단연 주목받은 인물이었습니다.

앵커: 당시 열병식 행사를 생중계한 북한 방송에서는 김 제1비서와 류 상무위원의 모습이 자주 노출됐죠?

기자: 네, 우선 류 상무위원은 김 제1비서의 바로 뒤에서 행사장에 입장했습니다. 또 열병식 행사 내내 주석단에서 김 제1비서의 바로 왼편에 앉아 통역을 통해 여러 차례 환담하는 모습이 북한 방송을 통해 여과없이 생중계됐고, 열병식 행사가 끝날 즈음에는 두 사람이 환호하는 군중을 향해 서로 손을 잡고 답례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당시 북중 간 고위급 교류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통일부: 정부는 이번 중국, 북한 간의 교류가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완화하고, 안정을 유지하고, 나아가 비핵화의 진전을 가져오며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까지도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앵커: 이처럼 류 상무위원의 방북을 통해 북중 양국 관계 정상화와 함께 한반도 긴장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죠?

기자: 중국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 강행 등 한반도에서 긴장을 끌어올리지 않도록 예방외교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칼라 프리먼 교수의 평가입니다.

칼라 프리먼: 4차 핵실험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이 북한과의 고위급 교류를 재개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이 위기의식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기자: 실제 10월10일을 전후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아직까지는 한반도 긴장 고조와 관련된 특이한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PROMO) 여러분께서는 미국 워싱턴에서 전해드리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연말 특집방송, ‘2015 RFA 10대 뉴스’를 듣고 계십니다.

앵커: 박정우 기자와 북중관계 짚어보고 있는데요, 올 해 양국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은 역시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 취소 아니겠습니까?

기자: 네 김 제1위원장이 직접 만든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이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 공연을 3시간 앞두고 돌연 귀국길에 올라 중국은 물론 세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워낙 전격적으로 이뤄진 귀국 결정이라 공연장을 찾았던 중국인 관객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앵커: 공연이 갑자기 취소된 배경을 두고 여러가지 설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북한과 중국, 어느쪽으로부터도 공연 취소와 관련해 속시원한 설명이 없는 상태여서 추측만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공연 내용, 구체적으로는 김정은 찬양과 반미구호, 장거리 로켓 발사 등에 중국 측이 난색을 표했고 결국 시진핑 주석 등 최고 지도부의 참석이 무산되면서 이에 반발한 북한이 공연취소를 선언하고 북한으로 되돌아갔다는 게 가장 설득력있는 설명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유야 어떠했든 외교적 관례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면서요?

기자: 북한의 외교적 몰이해와 무능이 다시 한번 국제무대에서 적나하게 드러나는 사례였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체제가 다시 한번 전세계의 조롱거리가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한국의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평가했습니다. 데니스 핼핀 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도 김 제1비서의 외교력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차례로 들어보시죠.

정성장: 이번 모란봉 악단 철수는 다시 한번 국제사회의 인식에 대한 그의 몰이해와 외교적 무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니스 핼핀: 김 제1비서의 외교전략이 한계를 드러낸 걸로 보입니다.

앵커: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으로 모처럼 화해 분위기가 돌던 북중 양국 관계가 또 삐걱거릴 가능성도 있겠군요.

기자: 제가 만난 미국의 한 전직 고위 관리는 김정은식 ‘악단 외교’로 기대를 모았던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이 개막 직전 전격 취소된 건 북중 양국 간 불신과 긴장이 여전하다는 방증으로 풀이했습니다. 양국이 핵문제 등 주요 사안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입장이라는 거죠.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불신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북중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반면 이번 사태가 양국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거라고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담당 국장은 내다봤습니다. 양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존 메릴: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 언급하지 않는 한 (양국 관계에) 큰 영향은 없을 걸로 봅니다.

앵커: 북한의 주변국 외교 중 가장 핵심인 북중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선 여전히 걸림돌이 많아 보입니다. 박정우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의 ‘2015 10대 뉴스’ 여섯번째 시간, ‘냉∙온탕 오간 북중관계’ 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유엔 북한인권 서울사무소 개소’ 편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