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2015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5년 한 해의 북한관련 뉴스를 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오늘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오늘은 '10대 뉴스'의 여덟 번째 시간으로 문성휘 기자와 함께합니다.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먼저 오늘의 주제부터 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준비한 녹음자료 먼저 들어보시죠.
이예진: 북한은 올해도 역시 큰 자연재해를 벗어나지 못했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해마다 북한은 자연재해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올해 봄 북한은 100년만의 가뭄으로 농사에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가뭄과 관련한 여러 가지 대책들을 내놓으면서 요란하게 떠들었지만 올해 농사작황을 놓고 볼 때 북한 당국이 가뭄피해를 지나치게 과장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북한이 실제보다 가뭄피해를 과장한 이유는 국제사회로부터 더 많은 식량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의 상황들을 종합할 때 올해 북한의 농사가 지난해보다 훨씬 잘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이런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겁니다.
이예진 : 가뭄피해도 있지만 북한이 올해 겪은 자연재해 하면 큰물 피해가 먼저 떠오릅니다. 인명 피해도 있었죠?
문성휘 : 네, 올해 8월 22일부터 23일 사이 북한의 라선특별시에 국지성 폭우가 쏟아져 인해 인명피해를 동반한 큰물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한반도 상공에는 태풍 ‘고니’의 영향으로 많은 구름이 몰려 있었습니다.
이예진: 라선시 큰물피해, 당시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에서 발생했죠.
문성휘: 네, 당시 남한 당국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군사분계선(DMZ) 일대에서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요. 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 군인들이 포격전을 동반한 일촉즉발의 대치상황을 이어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특히 라선시에서 큰물피해가 발생한 시기인 8월 22일부터 23일 사이는 판문점에서는 군사적 긴장국면을 해소하기 위한 남북한 고위 당국자들의 회담이 밤을 새워가며 진행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북한주민들 사이에서도 ‘지뢰도발’ 사건에 대한 의혹이 짙어가고 있던 시기어서 라선시의 큰물피해는 이러한 북한 주민들의 의혹들을 단숨에 덮어버릴 수 있는 김정은 정권에 그야말로 더 없이 좋은 호재였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라선시의 큰물피해가 북한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됐다는 의미인가요?
문성휘: 북한은 정세가 극도로 긴장한 가운데서도 이례적으로 라선시의 큰물피해에 대해 신속하게 보도했습니다. 또 국제사회에 라선시의 큰물피해 실상을 적극 알리며 지원도 요청을 했는데요. 이에 대한 한국 ‘연합뉴스’의 내용 한번 들어보시죠.
연합TV: 중국베이징의 국제적십자사 동아시아 대변인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라선시에 4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가옥 150여채는 완전히 파손됐으며 860여채는 일부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체 피해규모는 5천2백여가구, 1만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예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하지만 그 피해도 역시 컸네요.
문성휘: 네, 이외에도 “기관과 기업소, 학교, 탁아소, 유치원, 병원, 진료소 등 99동의 공공 건물과 철다리를 포함한 철길 51개가 파괴되고 125정보(1정보 약 9천900여㎡)의 농경지가 완전 침수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설명했습니다.
이예진: 네, 북한이 이례적으로 피해복구 과정을 장황하게 선전했죠?
문성휘: 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8월 28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나선지역의 홍수피해 대책을 논의했다며 “인민군대가 피해복구 사업을 전적으로 맡아 노동당 창건 기념일 전에 끝내도록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을 하달했다”고 밝혔습니다. 9월 18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나선시 복구현장을 직접 현지지도 했다고 전하면서 이날 김정은은 “큰물피해로 살림집을 잃고 한지에 나앉은 나선시 수재민들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며 “직접 피해복구 현장을 돌아보아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찾아왔다”고 말했음을 인용했습니다.
이예진: 김정은 제1위원장이 큰물피해 복구명령을 내린 날로부터 노동당 창건 70돌인 10월 10일까지는 불과 한달 보름도 못 되는 기간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복구를 마칠 수 있었죠?
문성휘: 북한 당국은 피해복구에 나선 정확한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지 소식통들은 인민군 7만 명과 라선시 주민들, 그리고 철도성, 국토관리성 산하 기술인원들까지 모두 15만 명의 건설인력을 현장에 투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9월 18일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보도하면서 수해가 발생한지 일주일 만에 1천여 세대 살림집과 80여동의 공공건물에 대한 부분보수를 완료했으며, 9월 중순에는 40여개 공장, 기업소의 생산이 정상화되었고 언급했습니다. 복구현장을 찾은 김정은도 “인민군장병들의 헌신적인 투쟁에 의해 인민들이 살게 될 살림집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것을 직접 보니 근심걱정이 다 사라지는 것만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PROMO) 지금 여러분께서는 미국 워싱턴에서 전해드리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연말 특집방송, 2015 RFA 10대 뉴스를 듣고 계십니다.
이예진: 네, 김 제1위원장이 ‘우후죽순’처럼 살림집이 솟아난다고 말할 정도로 복구가 빠르게 진행됐다는 얘기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북한의 언론들도 라선시 피해복구 소식을 신속히 전했는데요. 북한은 군인들이 복구공사에 동원된 지 열흘 만에 살림집 1천3백여 세대의 물막이 벽을 세우고 내외부에 대한 보수공사를 진행했다고 공개했습니다. 9월 하순에는 피해가 집중되었던 백학동에 1천3백여 세대의 단층주택이 완공됐고 인근 청계동, 유현동, 등 여러 곳에 500여 세대의 살림집을 새로 건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선시의 전력, 통신, 철도망들에 대한 임시복구도 열흘만에 기본적으로 완료됐으며 노동당으로부터 식료품 및 생필품도 공급됐다고 북한의 언론들은 강조했습니다.
이예진: 네, 하지만 식료품과 생필품은 국제사회가 지원한 것 아닌가요?
문성휘: 네, 북한의 지원요청으로 국제사회와 중국은 모두 합쳐 74만 달러의 상당의 생필품들과 복구물자들을 지원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국제민간 구호단체들과 한국의 민간단체들의 지원도 있었는데요. 한국 민간단체 지원현장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문수: 수해를 입고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는 우리 북한 동포들에게 우리 밀가루, 우리 쌀, 먹을 것과 여러 가지 지원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네, 그런데 피해규모는 크지만 피해 지역은 넓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지 않습니까?
문성휘: 네, 북한이 불과 3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복구공사를 마친 비결은 피해 지역이 넓지 않았던데 있었습니다. 라선특별시의 큰물피해는 선봉구역 백학동에 집중됐습니다. 북한이 선봉구역 백학동에 1천3백세대의 살림집을 새로 지었다고 밝힌 것만 봐도 피해가 한곳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외 청계동과 유현동, 관곡동에 500여 세대의 살림집을 지었고 나머지는 보수공사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은 노동당창건 70돌을 이틀 앞둔 10월 8일 라선시에 완공된 살림집들을 돌아보면서 매우 만족해했다고 하고요. 북한은 라선시 큰물피해 복구공사를 노동당창건 70돌을 경축하는 큰 자랑거리로, 김정은의 ‘인민사랑’을 칭송하는 선전거리로 여지없이 활용했습니다. 북한이 만든 기록영화 ‘전화위복의 30여일’을 통해서도 그러한 사실들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북한TV: 큰물피해를 입었던 나선시 인민들이 기쁨 속에 명절을 맞게 된 것이 그리도 기쁘시어 만면에 환한 웃음을 지으시던 우리의 경애하는 원수님…
문성휘: 하지만 이 기록영화를 통해 라선 특별시의 큰물피해 복구가 결국은 노동당창건 70돌을 맞는 김정은이 자신의 치적을 부풀리기 위해 치밀하게 세운 전략이었음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백년만의 가뭄을 이겨냈다는 북한 당국의 주장도 실은 김정은 정권의 치적 부풀리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문성휘 기자 오늘 수고 많았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자유아시아방송의 2015년 10대 뉴스 여덟 번째 시간 ‘100년만의 가뭄과 홍수’ 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장마당과 돈주’ 편을 보내드립니다. 여러분의 많은 청취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