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뉴스 ⑨] 장마당과 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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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2015,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5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오늘 진행을 맡은 양윤정입니다. '10대 뉴스'의 아홉 번째 시간은 정영기자와 함께합니다. 정 기자, 안녕하세요.

정영: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정영: 네, 준비해온 자료를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앵커: 2015년 북한 관련 보도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북한 장마당 확장 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아홉번째 순서로 북한 장마당과 돈주에 대해 변화와 앞으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북한에 장마당이 모두 몇 개인 지 아십니까,

정영: 지난 10월 커티스 멜빈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연구원이 위성사진으로 확인한 북한 장마당 수는 406개였습니다. 2010년에 북한 전역에 장마당 수는 약 200개 정도로 파악됐지만, 2015년에 400여개로 늘어난 것은 김정은 체제 들어 확장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406개의 장마당은 지붕을 씌우고 울타리도 두른 규모가 있는 경우입니다. 그 외에 주민들이 몰래 상거래를 하는 골목시장이나 메뚜기 장터까지 합하면 800여개는 될 것이라고 멜빈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멜빈 연구원이 추정한 북한 장마당의 수는 한국의 정보당국이 추정한 수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27일 남한의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장마당 개수를 모두 306개로 추정했습니다. 지역 분포를 보면 평안남도에 37곳으로 가장 많습니다. 다음에는 함경남도 36곳, 평안북도에 34곳, 황해남도 에 33곳 순이었습니다. 수도인 평양에도 23곳이나 되었는데요, 국가정보원은 장마당을 이용하는 북한 주민의 수를 하루 100만~180만명에 달한다고 추정했습니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에서 장마당은 주민들에게 있어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북한에는 당이 두 개 있는데 그 중 장마당은 우리에게 이익을 주는데 노동당은 우리에게 주는 게 전혀 없다”는 말을 한다고 합니다.

앵커: 그러면 북한에서 장마당에 의존해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됩니까,

정영: 한국에 정착한 탈북 지식인 단체인 ‘NK 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현재 북한 인구 2천400만 명 가운데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사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김흥광 대표: 장사하는 사람들은 2천400만 가운데서 1천800~1천900만명은 적극적인 장사를 한다. 장사행위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적극적인 장사행위를 하는 사람들이란 부동산, 벌이차, 은행, 택배 등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앵커: 그러면 북한에서 배급을 받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됩니까,

정영: 북한에서 배급을 받는 사람들은 국가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인데요, 김흥광 대표의 말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김흥광 대표: 평양시민 160만명, 인민군대 120만명, 군수공업 노동자 60만명 자강도 주로 있습니다. 체제보위기관들 사법검찰, 보위보안 일꾼 60만명, 교육계 종사자를 포함해 약 500만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적극적인 장사행위를 하지 않지만, 나머지 1천800만명은 적극적인 장사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방금 지적한 부동산과 벌이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돈주라고 하는 겁니까,

정영: 북한에서 돈주는 많게는 수백만 달러, 적게는 수만 달러를 가진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이 닿은 북한 주민은 “조선에도 수백만 달러를 보유한 돈주들이 적지 않다”면서 “돈주들은 대부분 당과 군대산하 외화벌이 기관에서 오랫동안 무역한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돈주들의 투자 영역은 대부분 운송업과 식당업, 택배업 등입니다.

박형중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당정군 산하 기업들에 민간 돈주가 투자해서 굴리는 기업들, 예를 들어 여객 운송업, 식당이라든지, 택배업 등 일부 기업은 좀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돈주들이 돈을 많이 버는 분야는 주택건설 투자입니다. 대표적인 실례로 지난 4월 평양시 중구역 일대에서 경매에 부쳐진 김정일 경호부대 건물을 어느 돈주가 사들여 리모델링하여 되팔았다고 합니다. 신의주시에도 올해만해도 8동의 고층 건물이 지어졌는데, 전부 돈주들이 투자해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돈주들은 이외에도 여객 운송업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보통 10톤 이상 대형 트럭을 구입해 ‘벌이차’라는 것을 운영합니다. 그리고 벌이버스라고 하는 45인승 버스를 구입해가지고 신의주-평성, 평성-함흥, 평성-해주 등 전국 각지로 뛰고 있습니다. 이 대형 트럭과 버스 가격은 미화 2~5만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벌이버스와 벌이차를 하는 사람들은 또 택배업도 곁들어하는 데요, 운전사들이 물건을 주인에게 정확히 전달해주어 신용이 높다고 합니다.

앵커: 돈주들이 자본주의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군요. 혹시 개인들이 은행업무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건 어떻게 운영됩니까,

정영: 북한 국가은행에 돈이 없기 때문에 주민들은 송금 같은 것을 돈주들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신의주 사람이 함경북도 청진에 있는 사람에게 미화 1천 달러를 보내려고 하면, 신의주 돈주를 찾아가 부탁합니다. 그럼 그 돈주는 청진에 있는 돈주에게 손전화를 걸어 돈을 먼저 주게 하는 방법으로 수수료를 챙기고 있습니다. 송금 수수료는 보통 5~10%정도 되고요. 돈도 빌려주는데, 연금리가 50%로 아주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시장영역이 확대되면 북한정권이 또 단속하지 않겠습니까,

정영: 현재 김정은 정권에게 있어 시장은 ‘필요악’입니다. 시장이 없어지면 국가가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공급을 해주지 못하면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방치한 것이 아니라, 장마당을 통제하기 위해 팀을 구성했습니다. 북한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시장마다 조장들이 있는데, 이들은 위에서 부과되는 국가적 사회적 과제를 상인들에게 포치하고 모으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식량장사꾼들은 식량 상인들끼리, 공산품은 공산품 상인들끼리 구성되며 조장 밑에는 10~30명의 상인들이 속해있습니다. 또 장마당에서 마약이나 한국 드라마 같은 불법 거래를 하는지 감시한다고 합니다.

앵커: 북한당국이 여전히 장마당을 경계하고 있다는 증거이군요.

정영: 북한당국이 장마당을 운영하면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정권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들이 돈을 모으는 것입니다. 박형중 선임연구원으로부터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인데, 시장이 확대되면서 정권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정권이 아닌 사람들이 돈을 버는 것을 용인할 수 없는 거죠. 화폐개혁 조치도 시장을 죽이려고 했던 것 보다는 정권입장에서는 정권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들이 돈을 벌게 되면 문제가 되는 거죠. 앞으로는 시장 자체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 중에서 정권에 적극적으로 충성하지 않는 사람들을 솎아내는 정책을 하겠지요.

북한은 시장에서 돈을 번 돈주들이 자신들의 정권 유지에 치명적인 위험세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별적인 통제를 하지만, 그렇다고 시장을 아주 말살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김정은 정권에 있어 북한 장마당은 없어서도 안되고, 너무 커져도 안되는 정말 ‘필요악’인 것 같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정영: 네 감사합니다.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의 ‘2015 10대 뉴스’ 아홉 번째 시간, ‘장마당과 돈주’ 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평양 표준시’편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