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2015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15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진행을 맡은 양윤정입니다. 오늘 10대 뉴스의 마지막 시간은 홍알벗 기자와 함께 합니다. 홍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 볼까요.
기자: 네, 오늘 10대 뉴스에서 다룰 주제입니다.
앵커: 홍 기자, 북한이 표준시를 바꾼게 언제인가요?
기자: 네, 북한은 광복 70주년인 지난 8월 15일 남한이 표준시로 사용하는 동경시 기준 0시 30분부터 새로 바뀐 ‘평양시’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남한보다 30분 늦은 평양시로 15일 0시 정각에 0시를 알리는 시계화면, 그리고 종소리와 함께 ‘평양시간과 더불어 주체조선의 위대한 역사는 주체혁명 위업 최후 승리를 향해 장엄히 흐를 것’이라고 방송했습니다.
조선중앙TV – “현재의 시간보다 30분 늦은 시간 동경 127도 30분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을 표준시간으로 정하고 평양시간으로 명명한다.”
앵커: 그런데, 북한이 주장하는 표준시 변경의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북한 중앙TV 내용에 따르면 ‘일제의 100년 죄악을 결산하고 북한에서 일제식민지 통치의 잔재를 흔적도 없이 청산하며,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존함으로 빛나는 백두산 대국의 존엄과 위용을 영원토록 떨쳐 나가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일제가 빼앗아 갔던 한반도의 표준시를 되찾아 오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러한 북한의 주장이 근거는 있는 건가요?
기자: 네, 북한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일본 표준시를 그대로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1908년 대한제국은 서양식 시간대를 도입하면서 국토의 중앙을 지나는 동경 127도 30분을 표준자오선으로 선정을 했는데요. 하지만 일본은 한반도 강점 이후인 1912년 일본의 수도 도쿄와 똑같은 동경 135도 기준으로 한반도의 표준시를 바꿨습니다.
앵커: 알기쉽게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세요.
기자: 네, 그렇다면 먼저 한국의 표준시 변경 역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908년 대한제국 시기 서양식 시간대를 도입할 때 한국의 표준기 기준은 동경 127.5도였습니다. 그런데 1910년 한일합병이 되면서 일본의 것을 따라 표준시 기준이 동경 135도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다가 1954년 일제 잔재를 청산한다며 표준시 기준을 대한제국 때 기준이었던 동경 127.5도로 다시 바꿨습니다. 그러다가 1961년 시차 환산의 편리성과 주한, 주일미군 작전상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시 동경 135도로 표준시 기준을 변경하게 됐습니다.
앵커: 북한의 표준시 변경으로 인해 나타난 변화가 있습니까?
기자: 네, 당장 개성공단 남북출입사무소에 설치돼 가동중인 전자출입체계가 북한 표준시 변경을 반영해 개편됐습니다. 북한은 지난 8월 15일부터 소위 ‘평양시’를 사용하는 바람에 개성공단이 영향을 받게 된 겁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직원들이나 관계자들은 평소보다 30분 늦게 출근해서 30분 늦게 퇴근하는 불편함을 겪게 됐습니다. 또한 항공과 교통, 그리고 통신 등 남북 교류 협력과정에서 30분의 시차를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는 데다 남북 당국 간 대화 일정을 논의할 때도 혼란이 생기게 됐습니다.
앵커: 이에 대한 남한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통일부는 대변인을 통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한 정부가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일방적으로 표준시를 변경해 남북 간 시간대마저 분리시켜 이질성을 심화시키고 남북협력에 장애를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남한 대통령도 한마디 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기자: 네, 통일부 대변인과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표준시 변경 소식을 듣고 지난 8월 10일 ‘광복 70주년과 분단 70주년을 맞아 남한이 남북대화와 동질성 회복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사전 협의와 통보도 없이 표준시 변경을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 “북한이 어떤 사전 협의와 통보도 없이 표준시 변경을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 표준시 변경 방침이) 남북협력과 평화통일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자 국제사회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봅니다.”
앵커: 그렇다면 탈북자들은 이번 북한의 표준시 변경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네, 탈북자들은 북한의 표준시 변경에 대해 김정은 제1비서의 지도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 조선테코 신발 기술합작회사 사장을 지낸 탈북자 김태산 씨는 ‘시간을 30분 늦췄다고 해서 북한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이득을 볼게 없으며 크게 손해날 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제1비서가 선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 그리고 자기가 뭔가 하면 한다는 것을 북한 인민들과 세계에 알리려고 바꾼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남한의 반응에 대해 북한은 어떻게 나오고 있나요?
기자: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표준시 변경 방침에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해 ‘용납 못할 정치적 도발’이라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일명 조평통은 지난 8월 11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한이 평양시간을 새로 제정한 것을 시비질 하다 못해 박근혜까지 직접 나서서 악담질을 한 것은 동족대결과 친일매국에 환장한 자들의 히스테리적 발작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대변인은 또 평양 표준시 제정이 ‘일제에게 빼앗겼던 표준시간을 되찾고 민족사를 바로잡는 애국애족적인 조치’이자 ‘과학적 견지에서 볼 때도 합리적이고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또 뭐라고 북한은 말했나요?
기자: 일제의 죄악을 결산하고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을 세계만방에 떨치려는 우리 민족의 앞길을 가로막을 자는 이 세상에 없다’며 ‘민족의 존엄과 이익은 안중에도 없는 민족 반역행위는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앵커: 북한의 표준시 변경을 바라보는 해외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표준시 변경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과는 1시간 시차가 나던 것이 30분 차이로 줄어든 북한을 중국이 더 가깝게 여기게 됐다는 중국의 반응을 소개했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2차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항복한 날인 8월 15일을 기해 북한이 독자적인 평양시간을 적용하기로 했다’면서 ‘국제 표준시보다 9시간 앞선 기존의 표준시는 일본을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입장을 소개하는 동시에 한국은, 표준시는 일본에 대한 역사적 원한과는 다른 문제이며 북한의 시간 변경으로 혼란과 비용증가가 예상되고 남북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 또한 훼손될 것이라는 입장을 소개했습니다.
앵커: 일본과 중국의 반응은 어땠나요?
기자: 네, 북한의 표준시 변경에 대해 일본 매체들이 ‘일본이 시간을 탈취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뉴스로 전하자 일본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그럼 왜 지금까지 70년을 기다렸냐?’며 비아냥댔습니다. 중국 지린대학교 국제정치학과 왕셍 교수는 북한의 표준시 변경에 놀라면서도 ‘시간대 변경으로 북중간 무역에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며 ‘기존의 1시간차에서 30분으로 줄어들어 북한이 그만큼 가까워진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의 2015년 10대 뉴스 10편, ‘북한의 평양 표준시 변경’ 편을 끝으로 올해 10대 뉴스 특집 방송을 모두 마칩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