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주머니 털어 율동영화관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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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각 도 소재지들에 '율동영화(4D영화)관'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율동영화관' 건설에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주민들에게 부담시키면서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1990년대 초 평양 광복거리 안골체육촌 근처에 북한에서는 처음으로 입체영화관이 세워졌습니다. 여기서는 ‘사과 딸 때’, ‘하늘농사’를 비롯해 북한이 자체 제작한 입체영화들이 상영되었습니다. 한편의 입체영화가 보통 20분 정도였는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이 영화관은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당시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외국에서 유행하는 ‘율동영화(4D영화)’에 대해 ‘인민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퇴폐적인 영화’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던 북한이 지난해 평양시 ‘릉라도 유원지’에 ‘율동영화관’을 새로 짓고 9월 14일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영화관을 현지 시찰했습니다.

당시 ‘율동영화관’을 찾은 김정은은 “평양시뿐만 아니라 각 도소재지들에도 이와 같은 영화관들을 건설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북한 당국은 올해 5월부터 각 도소재지들에 ‘율동영화관’ 건설을 시작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율동영화관 건설에 필요한 자금과 자재의 일부를 주민들에게 강제로 부담시켜 불만이 매우 높다”고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세대 당 (북한 돈으로) 5천원씩 거둔 것도 모자라 건설에 필요한 모래와 자갈을 청진시 매 가정세대들에 1입방씩 부과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29일, 양강도의 한 소식통도 “내년 10월에 준공할 것을 목표로 ‘보천보전투 승리기념탑’ 주변에 ‘율동영화관’을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율동영화관’을 ‘보천보전투 승리기념탑’ 주변에 건설하는 것은 김일성 동상 주변을 ‘혁명전통교양’ 장소, 인민들의 문화생활 거점으로 꾸릴 데 대한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율동영화관’ 건설은 양강도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각 도소재지들에는 ‘고난의 행군’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규모가 큰 영화관들이 새로 지어졌는데 사후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설비들이 낡고 상영할 영화도 없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소식통은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만 해도 ‘혜산영화관’과 ‘시 문화회관’, ‘시당 회의실’, ‘김정숙 예술극장’과 같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장소들은 많다”며 “그런 건물들을 개조해 효과적으로 쓸 생각은 하지 않고 왜 쓸데없이 주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며 새로운 건설을 자꾸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당국을 비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