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프닝): 남북 간 관계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평가돼온 5.24 조치와 관련해 남북한 당국이 곧 열릴 2차 남북 고위급 회의에서 해제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전망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두 차례에 걸쳐 '5.24 조치와 남북관계'에 관한 특집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두번째로 5.24 조치의 해제 전망과 그 영향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박정우 기자입니다.
앵커 (클로징): RFA 특집보도, '5.24 조치와 남북관계' 2편 '해제 전망과 그 영향'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지금 핫 이슈인 5.24 문제 등도 남북한 당국이 만나서 책임있는 자세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눠 풀어가야 합니다.
지난 13일 한국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면서 남북 간 고위급 접촉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5.24조치 해제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4년 넘게 시행돼온 포괄적 대북 제재조치인 5.24조치 해제 문제를 한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입니다.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담당 국장은 박 대통령의 이날 언급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존 메릴 전 국장 : 매우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야당 대표 시절에)북한을 직접 방문해 좋은 성과를 거둔 경험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권에서도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 (국정감사 현장음): 앞으로 있을 2차 고위급 접촉에서 5.24 조치 해제문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을,….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인 박형중 한국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남북한 모두 대화를 통해 교역재개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형중 소장: 남북한 양쪽에 (5.24 조치 해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의 수요는 일단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박 소장은 하지만 북한이 5.24 조치 도입의 직접 원인이 된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해제가 가능할 걸로 내다봤습니다.
박형중 소장 : 명시적으로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자행)했다고 인정하지 않더라도 남북한이 서로 편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어떤 합의점은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반면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과거 잘못에 대한 사과보다는 북한이 앞으로 추가 도발을 않겠다는 확고한 태도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을출 교수: (북한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건 형식적인 조건이고, 실질적인 조건은 북한이 군사적인 긴장 완화를 하는 노력들, 추가 도발을 하지 않고,….
결국 북한이 앞으로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임 교수는 지금처럼 북한이 대화를 제안하고도 군사 도발을 일삼는 행태를 보인다면 한국 정부가 5.24 조치 해제 등 북한과 관련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임을출 교수 : 지금 북한이 그러지 않고 계속 끊임없이 추가 도발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하는 그런 상황 속에서는 한국 정부가 5.24 조치의 해제를 언급할 수 없다는 거죠.
한국의 대북제재 조치 해제 가능성을 바라보는 주변국들의 미심쩍은 시선도 있습니다.
데니스 핼핀 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은 한국의 5.24 조치 해제로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데니스 핼핀 전 전문위원: (5.24 조치는) 한국의 독자적 대북 제재조치로 한국 정부가 해제할 권한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북한과 납치 문제 조사에 합의한 뒤 일부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로 결정하자 한국과 미국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걸로 기억합니다.
핼핀 전 전문위원은 한미일 사이에 대북정책 공조가 흔들릴 경우 북한만 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최근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를 겨냥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한 미국 의회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데니스 핼핀 전 전문위원: 미국 의회 내에는 대북 제재가 유용하다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일부 의원들은 확실히 (한국의 대북제재 해제에) 우려할 겁니다.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일본으로서도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 해제는 별로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고 마키노 요시히로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연구원: 일본 정부는 현재 납치문제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마음이 바뀌면서 (협상이) 어려운 상황인데 그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5.24 조치를 해제한다고 하면 일본 정부가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카드가 하나 더 없어진다는 말이니까 일본정부에 대해서는 별로 좋은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키노 연구원은 북한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만경봉호 입항조차 들어주지 못하고 있는 일본정부로서는 앞으로 북한과 협상 전망이 더 어두워질 걸 염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담장 국장은 5.24 조치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응한 한국의 독자적 대북 제재조치로 해제 역시 한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강조했습니다.
존 메릴 전 국장: 한국은 미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 현재 한국은 북한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관해 미국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5.24 조치 해제에 관해 독자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물론 미국과 협의를 할 필요는 있습니다.
북한의 천안함 기습 폭침 뒤 한국이 독자적으로 도입한 포괄적인 대북 제재인 5.24 조치.
한국 사회 내부는 물론 주변국들의 우려를 극복하고 조만간 해제돼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