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C
: 올가을 북한의 농사작황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예년이면 한창이어야 할 북부지대의 가을걷이도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데요. 농민들은 비료공급이 늦어 농사를 망쳤다며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보통 9월 5일, 늦어도 국경절인 9월 9일경에 시작되는 북한 양강도의 감자 가을(수확)이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강냉이 가을이 한창이어야 할 함경북도 대부분 지역에서 아직까지 가을걷이 날짜조차 잡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 소식통은 “일부 개인세대들이 뙈기밭에 심은 감자를 가을하고 있지만 협동농장들은 아직 가을걷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감자 숲(넝쿨)은 무성한데 정작 알맹이는 적고 여물지도 않았다 ”고 전했습니다.
함경북도 소식통도 “앞(내륙)지대 농사는 장마 때문에 망쳤고 북부지대 농사는 비료를 늦게 공급해주는 바람에 모두 미숙이 갈 것 같다”며 “올해 농사작황은 ‘고난의 행군’ 이후 가장 안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올해 곡창지대로 소문난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도의 일부가 큰물피해를 입으면서 전반적인 알곡 수확량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비해 자강도와 양강도, 함경북도 같은 북부지방은 농작물이 한창 성장할 시기인 7월에 가뭄걱정을 할 정도로 비가 적게 내렸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알곡이 한창 여물어야 할 8월 말, 9월 초에 비가 자주 내린 데다 습하고 더운 날씨가 계속 돼 알곡작물들의 숲(넝쿨)과 줄기만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함경북도 소식통은 가뜩이나 이상고온 현상인데다 6~7월에 줘야할 질소비료를 8월 달에나 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다며 그 때문에 농작물들의 열매가 여물지 못하고 잎과 줄기만 지나치게 많이 자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 봄에 협동농장들에 비료를 공급하지 못하던 북한 당국이 때늦은 7월 말, 8월 초에야 질소비료를 공급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8월 달에 질소비료를 주면 안 된다는 농장 간부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무조건 비료를 줄 것을 지시했다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질소비료는 농작물이 빨리 자라게 하기 때문에 6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주어야 하지만 곡식 알맹이가 한창 여물어야 할 시기인 8월에는 질소비료 대신 요소비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 농사의 상식이라고 합니다.
소식통들은 비료가 필요치 않은 콩 농사는 예년에 비해 잘 됐지만 그 밖의 농작물들은 아직 장담할 수 없다며 이대로 더운 날씨가 열흘이상 계속된다면 그런대로 알맹이가 들어차게 되어 가을걷이가 가능하겠지만 그 전에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무성한 줄기와 쭉정이만 거두어들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작황으로는 전반적인 수확량이 작년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식량난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