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성원 기자가 베넷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문:
한미일 세 나라 사이 북한의 급변사태를 대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나?
답:
물론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고 그의 후계자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논의하고 대응 조치를 조율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북한의 급변사태 때 중국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과도 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
하지만 중국 측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이후를 대비하자는 미국 측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최근 보도됐는데?
답:
물론 중국은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북한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언론 보도들을 보면 중국 정부가 내부적으로 북한의 급변사태와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급변사태 때 수많은 난민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사태를 크게 꺼리고 있다. 남한의 한국은행은 북한 정권이 붕괴했을 때 약 300만 명의 북한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은 이러한 난민을 원하지 않으며 이를 통제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것이다.
문:
남한의 이상희 국방장관은 최근 국회에 출석해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중국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해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한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답:
극단적인 상황을 상정한다면 공중 타격부대를 비롯한 남한군이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역까지 진주해 중국군 대신 직접 북한 난민 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남한군에 대규모 병력이 필요하고 현재 남한군은 그런 병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남한은 현재 이러한 경우는 상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국군이 북한 난민을 통제하기 위해 북한에 진입할지 여부는 중국 측 의사에 달려 있다고 본다. 내가 이상희 국방장관과 동의했던 것은 먼저 상황을 살피고 중국의 의도를 파악한 후 중국 측과 의견을 조율해 문제 발생을 미리 막자는 것이었다. 북한의 급변사태 때 중국 특수군의 정찰부대가 영변의 핵시설 주변으로 투입될 것도 예상할 수 있는데 이는 남한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럴 경우 남한군과 중국군이 만나 서로 공격하는 것은 곤란하다. 따라서 이럴 경우 충돌을 막고 원활한 임무 수행을 위한 남한과 중국 측의 상호 조율(coordinate concepts)이 매우 중요하다.
문:
이상희 국방장관은 베넷 박사가 북한의 체제가 붕괴할 때 중국의 개입을 단정한 것은 아니고 그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의 개입 가능성은 얼마나 높다고 보나?
답:
앞으로 북한 상황의 전개를 살펴봐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후에 북한 정권이 무너지지 않고 그 후계자가 부드럽게 권력을 물려받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중국이나 남한의 개입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을 이양하는 과정에서 북한 내부의 집단끼리 경쟁이나 마찰이 있을 경우 남한이나 중국의 개입과 관련한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북한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집단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이런 무기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 남한의 개입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최근 북한의 식량난으로 북한군에도 제대로 식량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 때문에 불만이 높아지고 여러 마찰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
문:
최근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북한 정권의 붕괴로 북한이 무정부 상태가 될 경우 중국군이 북한에 들어가 안정화 병력(stabilizing force)으로서 북한의 핵무기를 통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는데?
답: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남한과 맞닿은 국경 쪽보다는 중국 쪽 국경과 가까운 위치일 가능성이 높고 중국의 정보당국은 북한 핵무기의 위치를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이 남쪽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중국 방향인 북쪽과 서쪽으로도 향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동맹국으로서가 아니라 북한 난민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군대를 보냈을 때 그 시점에 북한에 들어서 있는 정권이 중국에도 강력한 대응(strong action)을 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통제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또 중국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핵무기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길 원하는 것이다.
문:
독일 잡지 슈피겔은 러시아가 북한의 급변사태 때 중국이 북한 핵무기를 통제한다는 계획을 승인한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답: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군사 개입을 막을 능력이 없을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과 국경을 맞댄 극동지방에 충분한 병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러시아가 정치적으로는 중국군의 개입을 반대할 수 있겠지만 북한의 극심한 혼란상을 진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중국군의 개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
한미일 세 나라가 북한의 급변사태를 논의할 때 중국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중국을 이 논의에 끌어들일 수 있을까?
답:
남한의 이상희 국방장관은 관련 계획을 수립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소지했다고 본다. 어느 정도 계획이 구체화되면 이 장관은 중국 측이 원하든 원치 안든 그 계획을 중국 측에 비공식적으로 또 극비리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 과정을 통해 중국 측이 적어도 남한에서 어떤 계획들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중국 측은 자신이 생각하거나 계획한 대응책을 밝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관련 논의의 첫 출발은 될 수 있을 것이다.
mc:
북한의 급변사태 때 중국의 군사개입 가능성과 관련해 랜드 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의 견해를 양성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