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구제역 방지위해 평양시 봉쇄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북한이 평양시를 전면 봉쇄하고 방역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강원도 일대에서는 이미 구제역이 발표되기 전에 병든 가축들을 장마당에 유통시켰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최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에 비상방역위원회를 조직한 것은 지난 10일. 당시 북한은 평양시를 완전 봉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구제역 때문에 평양과 평성사이를 통하는 동북리 10호 초소(평양 봉쇄 국가안전보위부 초소)에서 지방차들을 일체 평양에 들여놓지 않는다"면서 이 같은 상황은 다른 10호 초소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설명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요즘 지방 사람들에게는 평양 통행증 자체가 발급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김정일 생일 2월 16일을 맞아 특별경비 주간이 선포되면 평양시가 봉쇄되긴 했지만, 이번 통제는 구제역 때문에 장기화 될 전망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 주민은 북한 수의방역 당국이 자체로 개발한 구제역 예방 백신을 써봤지만, 별효과가 없고, 외부차량과 인원들을 소독할 만큼 약물도 턱없이 부족해 완전 차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0일 김락희 내각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수의비상방역위원회를 긴급 조직하고 대대적인 방역작업에 돌입했습니다.

현재 평양시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에는 중앙당 돼지목장과 호위사령부 돼지목장 등이 대거 몰려 있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핵심 기관들의 보안 특수성 때문에 구제역 징후가 이미 전부터 감지됐지만, 북한이 외부 세계에 발표를 꺼렸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미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돼지들이 있었지만, 수의사들은 자체 치료에 매달리면서 돼지우리 주변에 횟가루나 뿌리고, 살충 물약을 바르는 등 낙후한 치료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것입니다.

이러는 사이 구제역은 황해남북도와 강원도 일대로 급속하게 전파됐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늑장 대응하는 동안, 강원도 일대에서는 구제역에 감염된 돼지들을 이미 장마당에 유통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 전 강원도 지역을 다녀온 또 다른 국경지역 주민은 "강원도에서는 돼지가 침을 흘리거나 비틀거리는 증세를 보이면, 주인들이 바로 잡아서 장마당에 팔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강원도 문천시, 안변군 일대의 농가들에서는 돼지가 쓰러지면 수의사들에게 약을 요구했다가 없다고 하면 재빨리 도축을 해서 장마당에 팔았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한 때 강원도 일대의 돼지고기 값이 눅어(싸서) 평성, 순천지방의 '돼지고기 달리기'들이 대거 몰리기도 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현재 강원도 지역에는 군부 산하 목장 몇 곳을 제외하고, 협동농장 축산반과 일반 농가의 돼지우리들은 텅텅 비어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돼지를 길러 1년 양식을 마련하던 주민들 속에서는 "빨리 구제역이 지나가야 돼지를 키워 내년도 식량을 마련할 텐데…"라는 걱정 속에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