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핵과 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과 테러행위를 방지하는 업무를 총괄할 조정관직에 개리 새모어(Gary Samore) 외교협회(CFR) 부회장이 유력하다고 관련 소식에 밝은 정통한 외교 소식통이 밝혔습니다.
새모어 부회장 자신은 자유아시아방송(RFA)의 확인 문의에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면서 자세한 답변은 피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측근은 "새모어 부회장이 현재 워싱턴에 머물면서 세부 사항을 최종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23일 밝혔습니다. 신설될 조정관직은 상원의 인준을 요하는 고위직으로 알려졌습니다.
새모어 부회장의 새 업무와 관련해 조만간 백악관에 신설될 기관은 '대량살상무기 확산 및 테러행위 방지 조정관실' (The Office of the United States Coordinator for the Prevention of WMD Proliferation and Terrorism)입니다.
조정관실은 백악관에 설치되지만 국가안보회의(NSC)에 소속하지 않은 채 북한을 비롯해 이란과 구소련 연방국의 대량살상무기 문제와 핵확산, 나아가 국제 테러행위 등과 관련한 별도의 조정 기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정관실은 특히 국무부, 국방부, 에너지부를 비롯한 연방 정부의 유관 부처의 관련 업무를 총괄, 조정하게 되며, 부조정관을 포함해 최고 10명의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됩니다. 그러나 백악관의 예산 사정상 외부에서 전문가들을 새로 뽑지 않고 우선은 유관 부처의 관련 공무원들이 차출될 것으로 알려졌고, 필요한 운영비는 에너지부 예산에서 충당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모어 부회장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지난 90년대 중반 국무부에서 비확산 담당 책임자를 지냈고, 당시 미북 핵협상 수석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대사의 특보로 북한과 여러 차례 협상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새모어 부회장은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지난 2001년 국가안보회의 비확산 담당 선임국장을 끝으로 은퇴한 뒤 현재 유명한 민간외교 기관인 외교협회의 부회장 겸 연구국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뉴욕 사회과학원(SSRC)의 리언 시걸 동북아 안보협력 프로그램 국장은 "비확산 업무와 관련해 풍부한 경험이 있는 새모어 부회장은 조정관직에 적임"이라면서 "백악관에 핵확산 문제와 관련한 전담 조직을 두기로 한 조치는 오바마 대통령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시급한 현안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Dr Leon Sigal: Designating of a post is a small piece of that. The larger piece is that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understands and cares about this issue unlike his predecessors. (사실 조정관직을 임명하는 것은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미국 대통령이 전임자들과 달리 핵 문제를 이해하고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시걸 국장은 특히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 비확산 정책과 관련한 부처 간 조정이 제대로 안 이뤄져 혼란을 겪었지만, 오바마 새 행정부에선 이 문제가 말끔히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국무부의 군축 안보 담당 차관으로 내정된 로버트 아인혼(Robert Einhorn) 씨와 비확산 담당 차관보에 내정된 대니얼 포네먼(Daniel Poneman) 씨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새모어 부회장과 나란히 국무부와 국가안보회의에서 대북 핵 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바 있습니다.
그 때문에 새모어 부회장이 백악관 조정관직을 맡을 경우 과거 어느 행정부 때보다 북한 핵 문제에 관련한 유관 부처 간의 조율이 긴밀해질 것으로 워싱턴 외교가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에 신설될 조정관직은 민주당의 밥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짐 탤런트 상원의원이 공동으로 이끄는 ‘대량살상무기 및 테러리즘 방지위원회’가 지난해 부시 행정부에 건의한 것입니다.
당시 위원회는 ‘시급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5년 내 테러주의자들이 핵무기 혹은 화학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른다‘면서 국가안보회의 혹은 부통령실 직속으로 조정관을 신설하라고 권고했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당선인 시절 “취임하면 핵무기와 테러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총괄하는 책임을 진 조정관을 임명할 계획이다”라고 밝히면서 그간 워싱턴 외교가에선 조정관직 신설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특히 지난 20일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가 외교 분야의 국정 과제를 통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강화하고, 핵물질이 테러집단에 허술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점도 조정관직 신설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